[한경닷컴]영국 남동부의 유서 깊은 관광지로 잘 알려진 켄트주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유럽인들 사이에서 ‘파산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 턴브리지웰스와 그린하이트 등 켄트주내 주요 도시들이 독일과 프랑스 등 인근 국가들에서 건너온 개인 파산면책 희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영국 현행법상 파산신청에서 최종 면책 결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보다 훨씬 짧은데다 켄트주가 영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유로스타 특급열차와 매우 가까워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외국인이 자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했다는 증명서가 있으면 파산 신청이 가능하다.더타임스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파산면책 결정까지 약 6~9년이 걸리는 데 반해 영국에선 약 1년 정도면 파산면책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또 지난 2002년 맺어진 EU 협정에 따라 역내 어느 한 나라에서라도 파산면책이 되면 EU 회원국 어디에서든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최근 켄트주엔 파산면책 관련 법률상담소가 줄을 이으며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켄트주에서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 대상을 전문으로 파산신청 상담을 해 주는 인솔벤츠 아겐투어의 마커스 크레이 이사는 “작년부터 연간 150명의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수임료로는 건당 7000유로(약 123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