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까지 간다'던 당초 기세와 달리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신중론이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황 회장에 대한 징계건과 소송건은 별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즉각 소송제기 방침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예보는 23일 열리는 정기 예보위에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황 회장 징계와 관련한 사전 심의절차를 끝내지 못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예보위를 소집해 관련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보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황 회장에게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린 후 곧바로 예보위원회를 소집,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예보가 중징계 결정을 내릴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는 황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해 투자를 사실상 지시했다는 금융위 징계 결정이 나오자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법정으로 갈 경우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증거서류 및 관련자 진술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황 회장에 대한 소송제기 여부의 최종 판단은 우리은행이 해야 할 일"이라며 "예보가 소송제기를 직접 지시하거나 압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에 대한 예보위의 징계 조치가 확정되면 이를 우리금융지주에 통보하고,우리금융지주가 상세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보의 징계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소송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금융지주 이사회는 25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황 회장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다. KB 측은 황 회장이 지난 이사회에서 "심사숙고 후 결정하겠다"며 "예보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예보위 결정이 또다시 연기되자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예정대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날 황 회장의 소명을 들은 뒤 황 회장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