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스스로를 80점짜리 최고경영자(CEO)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올초 복귀한 류촨즈 롄샹 회장이 최근 대규모 투자확대 등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류 회장은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을 모델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선언,‘중국의 리카싱’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국 경제신문은 21일 롄샹 류 회장이 약 100억위안(1조9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기술집약적 기업,금융 및 서비스회사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류 회장은 “자회사는 물론 기존회사를 분할해서 가급적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고 회사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류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 회견에서 “홍콩의 대부호인 리카싱과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리카싱은 플라스틱업체를 경영하다가 물류 부동산 금융 전력 등에 투자하며 세계적 부호가 된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다.

류 회장은 지난 1968년 시안 군사전신공정학원을 졸업한 뒤 청두의 연구소에 배치됐지만 수개월 후 문화혁명에 휩쓸려 허난성의 농장에서 노동을 했던 인물.그는 덩샤오핑 등장 후인 지난 1979년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로 발령받았다.군예산의 삭감으로 자력갱생해야 했던 젊은 과학자 10명과 함께 지난 1984년 연구소 경비초소로 쓰였던 23㎡(7평)짜리 벽돌 건물에서 롄샹을 창업한 뒤 세계적 PC메이커로 성장시켰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말 중국 개혁·개방 30년을 맞아 선정한 10대 경제인물에 덩샤오핑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지난 2002년 “자신은 80점짜리이기 때문에 물러나야 하고 자신의 후임인 양위앤칭은 90점짜리 회장”이라며 롄샹의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뒤 지주회사인 롄샹홀딩스만 책임졌었다.그러나 롄샹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올초 “롄상은 나의 목숨과도 같다”는 말과 함께 전격적으로 복귀했다.롄샹은 지난 2005년 IBM PC 부문을 인수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경영이 악화되면서 사실상 실패작이란 지적을 받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경영상태가 줄곧 악화됐었다.

류 회장은 복귀후 롄샹에서 국영기업이란 딱지를 떼내며 공격적 행보를 예고하기 시작했다.중국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롄샹의 지분중 29%를 류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판하이그룹의 루즈치앙 회장이 27억5500만위안(약 5000억원)에 최근 인수했다.이에 따라 중국과학원의 지분은 65%에서 36%로 낮아졌으며 롄샹의 비국유주식 비중이 3분의 2로 늘어나면서 국영기업으로 분류할 수 없게 됐다.국영기업의 특성상 느린 의사결정과 관료적 시스템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민영화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완료한 뒤 대규모 펀드조성과 자회사의 상장을 통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며 회사의 규모를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롄샹은 중국과학원의 100%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수차례의 인센티브 계약을 통해 류촨즈 등 경영진 및 근로자의 지분을 늘려왔으며 롄샹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이를 관리해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