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에 대기업 참여 너무 기뻐… 反기업정서 해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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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재단' 서민지원사업 주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 대담=고광철 부구장겸 경제부장 >
< 대담=고광철 부구장겸 경제부장 >
김승유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소외계층을 돕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하게 돼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미국 유학을 떠났던 1960년대 말 미국의 서민금융 지원 활동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서민들에 대한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위해 지난해 9월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했고,올해 2월부터는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재원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10년간 2조원을 조성해 서민금융을 지원할 미소(美少)금융재단 이사장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서민 소액금융 사업에 동참하기로 한 대기업들이 고맙다"며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소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을 본지 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이크로 크레디트에 관심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금융업의 원리에 따르자면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높은 금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서민들은 높은 금리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금융인으로서 늘 그런 점에 대해 딜레마를 느껴왔다. 1968년 미국 유학 시절 학생증만 내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유태인재단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이런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사회안전망의 역할도 할 수 있다. "
▼금융인으로서 40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모두 쏟아붓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좀 더 일찍 이런 일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 필요하기는 한데 사채 외에는 길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인으로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열을 불태우고 싶은 일이다. "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나.
"저신용 창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비롯해 경영 전반에 관한 자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재래시장에 가 보면 경영 자문 활동을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
▼가구당 지원 금액을 좀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은 없는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500만원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하는 걸 보면 1인당 1000~2000달러를 지원한다. "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연체율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지금까지 소액서민금융재단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하면서도 떼인 돈은 얼마 안 된다. 설령 대출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건별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
▼미소재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출심사 등을 맡을 인력 확보가 중요할 것 같은데.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 법인을 20~30개 세울 계획인데 이를 위해 1차로 연말까지 200명이 필요하다. 다음 달부터 자원봉사자 등 미소재단에서 일할 사람을 뽑을 계획이다. 과거에 은행장을 지낸 분 중에서도 미소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분이 있다.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가 전문지식보다 중요하다. "
▼대기업이 미소재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17일 미소재단 출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만났는데 생각 이상으로 서민금융 지원에 관심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기업별로 매년 얼마씩의 금액을 출연하겠다는 계획이 대략 정해졌다. "
▼중견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기업별로 특성에 맞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할 수 있다. 중견기업도 전국적인 규모로는 못하더라도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해 보고 싶을 것이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구상은 있는가.
"미소재단이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한 모델로 성공을 거두면 다른 기업이나 금융사 중에서도 이런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생길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늘어나면 신협,새마을금고 등 다른 서민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들어온다면 북한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하고 싶다. "
▼'미소(美少)재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인가.
"네이밍 전문업체에 맡겨서 했다. 처음에는 한자 표기 없이 한글 이름만 지으려고 했는데 결국 한자 이름도 짓기로 했다. '미소'라고 하면 서민들을 도와 웃음짓게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느냐.그래서 영문명을 'smile bank'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문제는 12월 정식 출범 때까지 고민해 보겠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외에 요즘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하나고등학교가 성공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하나고등학교만 가면 엔도르핀이 솟는다. 매 주말 하나고등학교를 찾아가 공사 현장을 둘러본다. (김 회장은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다 공사 자재에 부딪쳐 멍이 들고 다친 곳도 많다며 바지를 걷어올려 보여줬다. )"
정리=유승호/사진=양윤모 기자 usho@hankyung.com
● 프로필
△1943년 충북 진천 출생 △1961년 경기고 졸업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76년 한국투자금융 증권부장 △1980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1991년 하나은행 전무 △1997년 하나은행장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그는 서민들에 대한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위해 지난해 9월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했고,올해 2월부터는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재원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10년간 2조원을 조성해 서민금융을 지원할 미소(美少)금융재단 이사장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서민 소액금융 사업에 동참하기로 한 대기업들이 고맙다"며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소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을 본지 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이크로 크레디트에 관심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금융업의 원리에 따르자면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높은 금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서민들은 높은 금리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금융인으로서 늘 그런 점에 대해 딜레마를 느껴왔다. 1968년 미국 유학 시절 학생증만 내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유태인재단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이런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사회안전망의 역할도 할 수 있다. "
▼금융인으로서 40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모두 쏟아붓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좀 더 일찍 이런 일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 필요하기는 한데 사채 외에는 길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인으로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열을 불태우고 싶은 일이다. "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나.
"저신용 창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비롯해 경영 전반에 관한 자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재래시장에 가 보면 경영 자문 활동을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
▼가구당 지원 금액을 좀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은 없는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500만원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하는 걸 보면 1인당 1000~2000달러를 지원한다. "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연체율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지금까지 소액서민금융재단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하면서도 떼인 돈은 얼마 안 된다. 설령 대출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건별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
▼미소재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출심사 등을 맡을 인력 확보가 중요할 것 같은데.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 법인을 20~30개 세울 계획인데 이를 위해 1차로 연말까지 200명이 필요하다. 다음 달부터 자원봉사자 등 미소재단에서 일할 사람을 뽑을 계획이다. 과거에 은행장을 지낸 분 중에서도 미소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분이 있다.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가 전문지식보다 중요하다. "
▼대기업이 미소재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17일 미소재단 출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만났는데 생각 이상으로 서민금융 지원에 관심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기업별로 매년 얼마씩의 금액을 출연하겠다는 계획이 대략 정해졌다. "
▼중견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기업별로 특성에 맞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할 수 있다. 중견기업도 전국적인 규모로는 못하더라도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해 보고 싶을 것이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구상은 있는가.
"미소재단이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한 모델로 성공을 거두면 다른 기업이나 금융사 중에서도 이런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생길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늘어나면 신협,새마을금고 등 다른 서민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들어온다면 북한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하고 싶다. "
▼'미소(美少)재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인가.
"네이밍 전문업체에 맡겨서 했다. 처음에는 한자 표기 없이 한글 이름만 지으려고 했는데 결국 한자 이름도 짓기로 했다. '미소'라고 하면 서민들을 도와 웃음짓게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느냐.그래서 영문명을 'smile bank'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문제는 12월 정식 출범 때까지 고민해 보겠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외에 요즘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하나고등학교가 성공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하나고등학교만 가면 엔도르핀이 솟는다. 매 주말 하나고등학교를 찾아가 공사 현장을 둘러본다. (김 회장은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다 공사 자재에 부딪쳐 멍이 들고 다친 곳도 많다며 바지를 걷어올려 보여줬다. )"
정리=유승호/사진=양윤모 기자 usho@hankyung.com
● 프로필
△1943년 충북 진천 출생 △1961년 경기고 졸업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76년 한국투자금융 증권부장 △1980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1991년 하나은행 전무 △1997년 하나은행장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