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량 대형주인 블루칩을 끌어모으고 있다. 외국인은 18일 하루에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조4000억원어치를 사들여 올 누적 순매수가 26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대량 매수에 따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신세계 등 주요 블루칩의 외국인 지분율은 2년래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7일 47.20%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해인 2007년 말(46.90%)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삼성전자 우선주는 80.62%로 상장 주식 대부분을 외국인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승자 프리미엄'을 얻게 된 데다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은 지난 9일 이후 이날까지 8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도 올 들어서만 5~6%씩 높아져 지난 17일 기준 각각 48.43%, 32.86%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지분율은 2007년 말(포스코 48.90%, 현대차 33.16%)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룹 지주사인 LG와 주력 계열사인 LG화학, LG전자도 외국인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LG의 외국인 지분율은 28.02%로 이미 2007년 말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한 2006년 말(29.46%)을 넘보고 있다.

2차전지 부문의 성장 동력이 부각된 LG화학과 LG전자도 외국인 지분율이 2년 전 수준을넘어 쑥쑥 높아지고 있다.

다소 늦게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금융주 지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KB지주(58.72%),신한지주(56.27%),삼성화재(53.33%),하나금융지주(65.38%) 등은 이미 지분율이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 신세계 NHN 에쓰오일 등도 외국인이 전체 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블루칩 쏠림에 대해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기반으로 국내 주식을 사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물량이 많은 블루칩이 최선호 종목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의 일부는 싼 금리로 달러를 조달한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인데 통상 이런 자금은 환율과 증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사고 팔기 쉬운 유동성이 높은 종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주들의 실적 개선폭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난 2005년 이후 국내 비중을 지나치게 줄여놓은 외국인들이 급하게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라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들이 한국 국가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블루칩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날 장 막판에 비차익거래를 통해 들어온 6100억원 수준의 외국인 순매수는 이번 지수 편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란 관측이다.

블루칩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익재 센터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순매수 강도는 조금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21일 FTSE선진국 지수 편입을 앞두고 열광적으로 사들인 측면이 있다"며 "매수세는 이어질 수 있지만 그 강도는 조금 약해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