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년째를 맞으면서 국내에서도 '출구전략' 논의가 잇따르고 있으나 대다수 기업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보여 주목된다. 전경련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을 맞아 600대 대기업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상황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92%가 출구전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냈다. 이보다는 낮지만 개인들도 67%가 같은 대답을 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기업의 63%가 현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저점 통과,회복세로 전환'이라고 대답한 점이다. 경기가 재상승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는 보지만 저금리나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바로 거둬들일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환율과 외환보유액,수출과 소비 등 일부 호전된 경제지표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가 결코 아니며,더구나 미래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특히 경기상황에 대한 개인들의 응답은 더욱 비관적이다. '저점통과,회복세로 전환'이라는 개인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산업생산이나 고용이 아직은 되살아나지 않아 취업이나 개인 소득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국은행은 위기극복의 뒷마무리 전략을 치밀한 공조를 통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출구전략 문제에 대해 정부쪽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으나 한은에서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른 언급도 했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주 금통위 직후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거린 점을 지적하며 양쪽의 엇박자 가능성에 우려하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많다는 점도 정책당국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설문조사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반드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한 경제주체'를 묻는 질문에 기업(54%)과 개인(31%) 양쪽에서 정치권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번주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審議)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여야가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