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최근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올해 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로 끌어들인 예금 만기가 다가오는 것도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한 달 사이에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적게는 0.2%포인트,많게는 0.8%포인트 올렸다. 농협은 고향사랑 두배로 정기예금에 기존보다 0.8%포인트 많은 연 4.4% 이자를 준다. 우리은행 키위정기예금의 경우 7월 말 최고 금리가 연 3.9%였으나 지금은 그보다 0.6%포인트 높은 연 4.5%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중순부터 민트정기예금에 연 4%대 이자를 주기 시작한 이후 현재는 연 4.2%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많이 오를 것이라 예상해 정기예금에 1년 이상 돈을 묶어두길 꺼리는 고객을 위한 상품까지 등장했다. 하나은행의 3 · 6 · 9 정기예금은 가입일로부터 3,6,9개월이 되는 날 해지하면 일반 정기예금의 중도해지이율(연 1.0% 안팎)보다 높은 연 2.8~3.4%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만기 1년을 채우면 최고 연 4.3%의 금리를 준다.

정재훈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앞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예금을 해지하고 주식 등 다른 투자 상품에 돈을 넣으려는 고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3개월 단위로 짧게 돈을 굴리고 싶어하는 고객과 1년간 연 4%대의 이자를 받고 싶어하는 고객 모두를 타깃으로 해 이 상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20일 출시한 에이플러스 통장도 필요할 때 금리 손해 없이 돈을 찾아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11일 현재 5600억원을 유치했다. 이 상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이면서도 최고 연 4.2%의 이자를 준다.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자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영남저축은행은 연 8.5% 금리의 후순위채 청약을 각각 25일과 16일까지 받는다. 울산광역시와 경남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경은저축은행은 17일까지 연 9.0% 금리의 후순위채 청약을 접수한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로 흡수한 자금이 2000억원이 넘는다"며 "5년 이상 만기에 연 8%대의 이자를 준다면 시중금리가 올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허창인 SC제일은행 본점 영업부 PB팀장은 "앞으로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많은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 두기보다는 고금리 수시입출금 예금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2~3개월 돈을 예치했다가 투자 타이밍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