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중소기업이 사람과 자연,공장이 함께 어우러지는 '산업생태형 공장'을 만들어 화제다.

공장 마당에는 생태습지를 만들고 회사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소를,공장 건물에는 자연 채광이 가능한 시설을 설치했다. 제지회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장이 깨끗하다.

14일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 위치한 동신제지.이곳에 들어서니 공장 앞마당에 20여평의 생태습지가 조성돼 있다. 연꽃과 창포 등 수생식물 사이로 소금쟁이와 송사리 등 토종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새들도 찾아와 지저귄다. 공장이라기보다는 공원에 온 느낌이다. 노응범 사장은 "화학적 시멘트가 아닌 천연 방수 흙으로 바닥을 다진 뒤 옥상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자연습지를 만들었다"며 "물이 안 썩고 수질이 깨끗해 습지 조성 후 6개월 정도 지나니 수생식물과 물고기의 개체 수가 크게 느는 등 생태습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는 바깥과 마찬가지로 환했다. 그런데 전기불은 켜지 않았다. 천정을 자연 채광이 가능한 시설(카보네이트판)로 만들어 전등이 필요없을 정도로 밝기 때문이다. "눈의 피로감이 덜해 생산성이 높아졌고 하루 168㎾의 전기가 절약돼 연간 600만원 정도 전기세도 아끼고 있어요. "

건물 옥상에 15㎾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한전에 판매하기도 한다. 경비로 1억2000만원을 들였는데 월 150만원(2000㎾)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공장에서 전기를 만들어 한전에 파는 사업은 이 회사가 부산에선 처음이다. 당장 돈이 들긴 하지만 태양광발전소를 공장마다 설치하면 갈등을 빚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조성 등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고 노 사장은 설명했다.

우유팩과 종이컵을 재활용해 화장지를 만든 것도 이 회사가 원조.그는 "공장의 분위기를 생태적으로 만들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공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한국의 산업생태형 공장 조성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