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비극이 될 게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에 안 좋은 일이 어떻게 충청도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

10일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 촉구 지식인 성명'을 주도한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61)는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공대 출신 목사인 서 대표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79년 YH사건 등으로 투옥되는 등 민주화 투사를 거쳐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을 이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다.

서 대표는 이번 성명을 주도한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답이 뻔한데도 세종시 문제가 정반대 방향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사회 원로들과 지식인들이 나서야 할 때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지식인들을 만나면서 '정부부처를 이전해선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70% 이상은 세종시 계획에 반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세종시에 정부부처를 옮기지 않는 대신 친환경 기업과 우수 대학을 유치해 첨단산업과 의료 교육 문화가 어우러진 21세기형 도시로 만들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행정부 이전만 백지화된다면 현재 세종시 건립 비용으로 책정된 22조원보다 더 많은 중앙정부의 재원이 투입돼도 국민들은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행정부 대신 서울대를 이전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세종시를 자립 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기업과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 토지를 무상 임대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망있는 기업과 대학이 세종시에 자리잡는다면 행정부 이전 백지화로 인한 충청도민의 상처는 곧바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청와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충청도 눈치를 보지 말고 대국적으로 세종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