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F를 시승하는 동안 30~40대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요즘말로 '핫(hot)' 그 자체였다. 쿠페와 세단을 결합한 날렵한 디자인을 보자 '재규어 맞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부드러운 실루엣,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각형 그릴,잘 발달된 어깨 라인 등.현대적인 감각으로 중무장한 XF의 첫인상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기에 충분할 듯 보였다.

XF는 재규어의 디자인 언어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다른 재규어 모델 전체 판매 대수보다 많이 팔리는 등 재규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XF에 탑재한 네 가지 엔진 가운데 2.7ℓ 터보 디젤은 탁월한 동력 성능과 ℓ당 12.2㎞에 달하는 연비로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까지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찾아볼 수 없다. '의외로' 더디게 떨어지는 연료 게이지를 보고 나서야 디젤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조용한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걸고 있을 때가 아니면 소음이 가솔린 엔진 수준만큼 적다. 동급 디젤 세단 중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고속 주행 때 바람과 맞닥뜨리면서 내는 소음 역시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 2중 방음재 덕분이다. 시속 50㎞에서 XF의 실내 소음은 65.6데시벨(dB)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BMW 5 시리즈 등 동급 디젤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천연 가죽과 갈색 우드를 적절히 섞은 인테리어는 세련된 중산층 가정의 거실에 들어와 있는 듯 포근하다. 스포츠 세단의 튕겨 나갈 듯 날카로운 동력 성능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신기한' 장치들도 눈에 띈다. 시동을 켜면 다이얼식 변속 레버가 위로 솟아 올라온다. 조작방법은 간단하다. 계란을 쥐듯 손가락을 오므려 변속기를 좌우로 돌리면 된다. 조작 편의성은 좋지만 주행 중에 오른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난감하고,행여 아이들이 건드릴까 우려스러운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에어컨 버튼을 누르면 통풍구가 스스로 열리면서 바람이 나오는 것도 공상과학 영화 속 자동차를 보는 느낌을 준다. 실내등을 켤 때도 손을 살짝 대기만 하면 된다. '재규어 센스'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