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진강에서 있었던 '물폭탄'에 의한 사망사고는 우리의 전반적인 홍수방어체계를 되돌아 볼 계기를 주었다. 임진강 유역은 과거 여러 번 홍수 피해를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홍수로 당시 며칠 동안 800㎜가 넘는 비가 내려 연천댐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 임진강은 남북 공유하천이므로 수재의 원인이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현상이든 이번의 경우와 같이 인위적인 방류이든 남북 간의 수문정보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홍수나 가뭄과 같은 극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유역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수자원관리체계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북측의 수량조절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군남홍수조절지를 임진강 본류에 건설 중이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14.8㎞ 하류에 건설되는 군남홍수조절지는 댐 건설로 인한 수위 상승의 영향이 북한지역으로 넘어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최대 규모로 설계됐다. 이렇게 설계된 군남홍수조절지의 총저수용량은 7000만t에 달한다. 상당한 용량 같지만,실제로 홍수조절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이보다 작다.

국토해양부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에 북측에서 흘러온 유량이 4000만t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군남홍수조절지가 완공되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하류수위상승을 막아줄 수 있을까. 만약 북한에서 이번보다 더 많은 유량을 보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히 물리적인 홍수방어대책을 세워야 하되 그 외에 다른 방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북공유하천으로서 임진강에 대해 공동으로 수자원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을 파트너로 해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 많은 부처와 기관에 나뉘어 있는 물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가령 수량은 국토해양부에서,수질문제는 환경부에서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번에 수위가 증가하는 데도 경고방송조차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은,결국 복잡한 행정구조의 문제가 큰 화를 불러온 부분이 크다.

효과적인 홍수경보 수단도 갖춰야 한다. 마을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경고방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새벽에 하천 둑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됐을지는 의문이다. 남북공유하천인 임진강은 예상치 못한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하천 제방 내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군남홍수조절지의 운영방식에 이번과 같은 시나리오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군남홍수조절지는 첨두유량(peak flow rate)을 줄여 하류의 범람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하천 둑 안 지역에 있는 민간인의 안전까지 고려해 운영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하류방류를 최소화하고 막아주는 운영방식이 가능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북측에서 오는 홍수파를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강홍수통제소 자료를 분석해 보면 필승교부터 많은 실종자가 발생한 임진교까지 홍수파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필승교에서 수위를 확인하고 경보를 빨리해 준다고 하더라도 물이 불어나기 전까지 1시간 정도밖에 여유가 없고 그나마도 임진교에서 상류로 갈수록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 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결국 북측에서 내려오는 홍수파가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술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매우 어려운 연구를 필요로 한다.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만,현재 임진강이 안고 있는 문제에 획기적인 기술적 진전을 이루려면 반드시 시도해야 할 연구다.

백경록 <고려대 교수ㆍ수자원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