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지난 3일 개각 발표 직후 "세종시는 어느 정도 진행됐으니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며 "부분적으로 하되 충청도 분들이 섭섭지 않을 정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뒤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대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기관 이전,유령도시 된다"

세종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적인 반응은 "어떤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 여론이 갈리고 있어 돌아가는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좀 더 두고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원안 수정의 필요성은 있으나 충청권의 민심을 감안해 섣불리 공론화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도 일단 논란 수습에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8일 시 · 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세종시 문제 때문에 정치권에서 여러 말들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정부의 기본 입장은 민주당 선진당 등과 협의해 (세종시법을) 예정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는 사뭇 다른 기류도 흐르고 있다. 정부의 일부 기관만 옮겨가서는 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하든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거듭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세종시 관련법은 명칭과 권역을 담고 있을 뿐 정부조직 이전 대상 등 핵심 쟁점이 빠져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가 어떻게 하면 자족 기능을 갖춰 성공적인 도시가 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정부기관 중 9부2처2청만 옮겨가서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충청권 주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이냐가 고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전 부처를 대폭 줄이거나,기업도시 또는 교육도시 전환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얘기다.

◆다양한 대안 거론

여권 내에서는 부처 이전을 최소화하면서 '국제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세종시에 건설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세종시에 유치할 경우 9부2처2청 중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보기술(IT) 관련 부처 등 과학 분야와 관련 있는 부처만 옮기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정도시보다 과학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IT융합센터나 바이오센터를 비롯한 연구시설 등 서울대의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세종시에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곳의 본사를 유치하고 서울대 공대를 이전하는 대신 교육과학기술부 정도만 이전하는 것으로 축소하자는 주장도 있다. 여러 대안들이 회자되고 있지만 과연 원안만큼 충청 민심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부처를 줄일 경우 충청권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도 자신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영식/강황식/김유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