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겪었던 외화 유동성 위기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것보다 단기 외채를 줄이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국제국은 8일 '주요국의 외환 급제동(Sudden Stop) 및 정책 대응 사례 분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단기 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배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Sudden Stop이란 예상하지 않은 자본 유입의 중단 및 뒤이은 대규모 자본 유출을 의미한다.

한국은 단기 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배율이 2000년이나 2007년 모두 2배에 머물렀으며 올 6월엔 1.6배로 오히려 낮아졌다. 한국의 단기 외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472억5000만달러며 외환보유액은 6월 말 2317억3000만달러였다.

반면 중국은 2000년 8배에서 2007년 14배로 대폭 높아졌고 러시아도 2배에서 5배로 상승했다. 대만은 8배에서 7배로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헝가리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2000년 2배에서 2007년엔 1배로 낮아졌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동유럽 국가 중 상당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는데 이는 단기 외채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동유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도 단기 외채 축소 또는 외환보유액 확충 등을 통해 외환 부문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