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안 사람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이 지금의 샘표를 이뤄낸 힘이었습니다. "

올해로 미수(米壽 · 88세)를 맞은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사진)이 인생을 되돌아보며 한 말이다. 국내 최고령 경영인 중 한 사람인 박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업 성공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장수경영의 지혜'(청림출판)를 펴냈다. 이 책은 63년간 샘표를 국내의 대표적인 장수기업으로 이끌어 온 박 회장의 '장수경영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박 회장은 책에서 '품질 우선주의'를 으뜸으로 강조했다. 그 결과 '장에 대한 인식을 '집에서 담가 먹는 것'에서 '사먹는 것'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꿨고,'간장하면 샘표식품'을 떠올릴 정도로 신뢰를 얻게 됐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위기의 순간 승부수로 정면 돌파했던 일화도 있다. 1985년 무허가 간장업체들이 비위생적인 간장을 만들다가 적발된 사건이 발생해 샘표간장까지 위기에 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에 박 회장은 직접 방송광고에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 안심하고 드십시오.주부님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며 소비자의 마음을 달랬다. 국내 최고령 현역 최고경영자(CEO)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하는 박 회장 특유의 건강관리법도 소개돼 있다. 그는 젊음을 유지해 온 비결로 '흑초'를 꼽는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흑초를 권해 '흑초 전도사'란 말까지 얻었다.

박 회장은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식산은행(한국산업은행의 전신)에 입행,25년간 근무했다. 1959년 정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재무부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10여년간 3명의 국무총리를 보좌했다. 이후 샘표를 경영하던 부친이 작고한 1976년 54세라는 늦은 나이에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