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내정자, 마지막 강의…25년 교수 생활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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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3일 오후 1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멀티미디어동.평소처럼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강의실에 들어선 정운찬 총리 내정자(경제학부 교수)가 마지막 강의를 시작했다.1978년 서울대 사회과학대 경제학부 교수로 강의를 시작한 정 내정자는 이날 강의를 마지막으로 2002~2006년 서울대 총장 시절을 제외한 25년여간의 교수 생활을 당분간 그만두게 된다.
강의 30여분 전부터 강의실 앞에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들은 총리 내정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20여명의 취재진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자 내정 소식을 못들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총리 내정 소식을 듣고는 대부분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몇몇 학생들은 “교수님이 총리직을 수락한 것이 확실하냐”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정 내정자 강의를 처음 듣는다는 경제학부 4학년 김모씨는 “그동안 교수님의 강의는 명강의로 알려져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아 그동안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 막상 들으려고 했더니 오늘이 마지막 강의가 됐다”며 허탈해 했다.“정 교수님 수업을 듣기 위해 일부러 신청했는데 이제 누구한테 배워야 하나”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정 내정자는 강의실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에게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강의실에는 들어오시면 안됩니다”고 말했다.학생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학생들만 출입시킨 강의실에는 뒤늦게 도착한 학생들이 입실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 내정자는 마지막 수업에서 경제학 이론보다는 평소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들과 인생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정 내정자는 “이번 학기에 내 수업을 듣기 위해 온 학생들께 미안하다”고 말문을 연뒤 “갑작스레 폐강을 하게 돼 미안하다.오늘 온 수강생들은 나중에 꼭 총리 공관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정 내정자는 이어 “수강신청을 받은 지 얼마 안되는 데다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하려는 시기에 (총리) 제안을 받고서 당혹스러웠고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약속’이 가장 중요한만큼 다시 돌아온다면 더욱 충실한 강의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한 학생은 “이제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학 생활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정 내정자는 학생들에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놀면서 인생 경험을 해야한다”며 “애교심을 가져라”고 조언했다.정 내정자는 이어 유학을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특히 영어와 수학에 신경을 쓰라”고 짧게 상담해 주고 “집안에 여유가 있으면 유학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팬으로 알려진 정 내정자는 학생들에게 최근 야구 이야기 등 가벼운 농담도 했다.
수업은 아쉬운 분위기 속에 1시간 가량 이어졌다.30여명의 학생들은 끝까지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교수로서는 마지막인 정 내정자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예정된 강의 시간이었던 2시15분보다는 10분 정도 일찍 끝난 이날 수업은 학생들의 박수로 마무리됐다.강의를 듣고 나온 정모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하게 됐다”며 “그래도 마지막 강의에서 교수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강의 30여분 전부터 강의실 앞에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들은 총리 내정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20여명의 취재진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자 내정 소식을 못들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총리 내정 소식을 듣고는 대부분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몇몇 학생들은 “교수님이 총리직을 수락한 것이 확실하냐”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정 내정자 강의를 처음 듣는다는 경제학부 4학년 김모씨는 “그동안 교수님의 강의는 명강의로 알려져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아 그동안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 막상 들으려고 했더니 오늘이 마지막 강의가 됐다”며 허탈해 했다.“정 교수님 수업을 듣기 위해 일부러 신청했는데 이제 누구한테 배워야 하나”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정 내정자는 강의실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에게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강의실에는 들어오시면 안됩니다”고 말했다.학생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학생들만 출입시킨 강의실에는 뒤늦게 도착한 학생들이 입실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 내정자는 마지막 수업에서 경제학 이론보다는 평소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들과 인생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정 내정자는 “이번 학기에 내 수업을 듣기 위해 온 학생들께 미안하다”고 말문을 연뒤 “갑작스레 폐강을 하게 돼 미안하다.오늘 온 수강생들은 나중에 꼭 총리 공관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정 내정자는 이어 “수강신청을 받은 지 얼마 안되는 데다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하려는 시기에 (총리) 제안을 받고서 당혹스러웠고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약속’이 가장 중요한만큼 다시 돌아온다면 더욱 충실한 강의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한 학생은 “이제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학 생활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정 내정자는 학생들에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놀면서 인생 경험을 해야한다”며 “애교심을 가져라”고 조언했다.정 내정자는 이어 유학을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특히 영어와 수학에 신경을 쓰라”고 짧게 상담해 주고 “집안에 여유가 있으면 유학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팬으로 알려진 정 내정자는 학생들에게 최근 야구 이야기 등 가벼운 농담도 했다.
수업은 아쉬운 분위기 속에 1시간 가량 이어졌다.30여명의 학생들은 끝까지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교수로서는 마지막인 정 내정자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예정된 강의 시간이었던 2시15분보다는 10분 정도 일찍 끝난 이날 수업은 학생들의 박수로 마무리됐다.강의를 듣고 나온 정모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하게 됐다”며 “그래도 마지막 강의에서 교수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