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가락을 쳐 줬더니 알아서 일어나 춤을 추며 돌더군요. 태권도를 할 때는 신이 나서 기합을 넣고요. "

김차진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요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루앙의 카미으 생 상스 중 · 고교,파리 빅토르 뒤뤼 중 · 고교와 낭트의 생 가브리엘 중 · 고교 등이 한국어를 정규 교과목으로 속속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민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드문 편이다.

한국에서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07년 프랑스에 파견된 김 원장은 작년 한 해를 꼬박 한국어 과목 개설에 매달렸다. 당당히 제2외국어로 자리잡은 중국어나 30여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본어와 달리 한국어는 그야말로 '변방의 언어'일 뿐이었다. 수업 개설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안다고 대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묻는데 엉뚱하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군대 사열식 모습을 떠올리는 수준이었다"며 "솔직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을 수없이 쫓아다니며 한국어 수업 개설을 요구했다. 루앙 지역 교민의 도움으로 루앙교육청의 허가를 얻어 공립학교인 카미으 생 상스 중 · 고교에서 첫 수업을 진행했다. 태권도와 사물놀이,다도,서예 등 각 분야에 정통한 교민들이 일일교사로 나섰다. 고교에서는 한국의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등도 가르쳤다. 학생들은 "재미있다"거나 "더 하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이를 바탕으로 파리 공립학교인 빅토르 뒤뤼와 지방 사립학교인 생 가브리엘도 뚫을 수 있었다.

김 원장은 내친 김에 한 · 프랑스언어문화교육자협회(AFELACC)도 만들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한 교민 네트워크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늘리는 한편 프랑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인 바칼로레아의 한국어 시험 준비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인지도가 높은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과도 공조한다는 구상이다. "정치나 경제 분야에 비해 교육은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배운 학생들이 10년 후,30년 후에는 분명히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파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