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변신보다는 아이그너의 35년 역사와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A자 말발굽 로고로 유명한 독일 명품 브랜드 '아이그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우도 에들링씨(44)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브랜드의 시즌 테마를 잡고,디자인부터 광고 · 상품기획 · 매장 인테리어까지 총괄 지휘하는 책임자다. 브랜드 입장에선 고루한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존재로,쓰러져 가던 구찌를 살려낸 톰 포드나 루이비통에 파격적인 디자인 감각을 불어 넣었던 마크 제이콥스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아이그너도 지난해 말 처음으로 에들링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지난 봄 · 여름 시즌부터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3대째 재단사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찍이 패션업계에 발을 들였던 그는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열고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자신의 브랜드인 '우도 에들링 옴므'를 떠나 명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는 첫 도전이다.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직책을 맡은 소감을 묻자 그는 "아이그너를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시키기보다는 기존 브랜드 DNA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는 임무를 맡았다"며 "이번에 새롭게 제안한 신규 컨셉트 매장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처음 들어서게 돼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195㎝의 훤칠한 키에 아이그너 로고가 돋보이는 블랙 의상으로 말끔하게 갖춰입은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줄 아는 한국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 가을 주력 아이템으로 도마뱀 가죽의 카발리에 백을 자랑하면서 "지난 봄 · 여름시즌이 아이그너라는 브랜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올 가을 · 겨울시즌 제품에선 변화된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A자 말발굽 로고의 클래식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번 시즌엔 다양한 컬러,폴리에스터 같은 도시적인 느낌의 소재를 사용해 디테일면에서 우도 에들링 스타일의 디자인을 담았다는 것.

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며 "3~4년을 바라보고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로 만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