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TV 상업광고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신문을 통해 간간이 볼 수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 상업광고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상업적 목적보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0일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서 9월 1일부터 메추리 요리를 봉사한다면서 메추리 쌀밥 소찜구이와 메추리고기 완자탕을 소개하는 상업광고를 방송했다.

이 광고에서는 "평양냉면으로 세상에 소문난 옥류관에서 메추리 요리를 봉사합니다. 높은 흡수률! 풍부한 영양성분으로 하여 정신적 부담이 많은 사람, 시력이 약한 사람,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 피가 적은 사람에게 더 없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같은 TV 광고가 등장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광고 문구에 “어서오시라 당의 온정 넘치나는 옥류관의 메추리료리 식사실로” 같이 당을 언급하는 등 상업적 목적보다는 체제 선전 같은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더 크다.

이는 지난 7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대동강맥주’ 광고를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광고는 남자 모델이 맥주잔을 드는 모습과 한복을 입은 여자 모델이 맥주를 소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언뜻 보면 보통 상업광고에 불과하지만, 광고 문구를 자세히 보면 ‘평양의 자랑 대동강 맥주’,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의 자랑 대동강 맥주’, ‘첨단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흰쌀 맥주’ 등 자본주의 국가의 상업광고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개성 고려인삼광고는 ‘높은 약리 작용, 60 청춘 90 환갑’라는 광고 문안을 통해 인삼의 효능을 강조하고, 개성고려인삼을 ‘북한의 자랑’이라는 문구까지 사용했다.

또 광고 문구가 단순한데다 상품의 종류와 방송 횟수가 매우 적다은 점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동강 맥주 광고 길이는 2분47초이지만, 옥류관 광고는 1분15초로 짧아졌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 TV는 화장품, 사탕 등 일부 생필품을 정지화면 형태로 광고하거나 제품의 생산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렇게 상업성 짙은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의도가 주민들에게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려는 것이며,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군부가 자금줄로 알려진 대동강 맥주의 판매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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