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여성기업인] (1) "여자가 무슨 철강사업…처음엔 남편도 이혼하자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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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홍밀텍 진덕수 대표
300만개 남짓한 국내 전체 기업 중 대표가 여성인 곳은 112만개에 이른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능력 있는 여성이 보다 많이 창업에 나서야 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경제 분야 '국가대표'로 성장한 여성기업인들의 성공 비결과 삶의 애환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있는 대홍밀텍의 진덕수 대표(56)는 '철(鐵)의 여인'으로 일컬어진다. 단순히 대구 · 경북지역 철강업 분야에서 홍일점 CEO(최고경영자)라서가 아니다. 군인의 아내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사업에 뛰어든 지 18년 만에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철강 절단 등 단순 하청업체로 출발한 대홍밀텍은 진 대표의 리더십 아래 냉간 압연기술을 보유한 매출 100억원대의 압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진 대표는 1992년 두 아들이 모두 중학교에 진학하자 남편에게 창업의사를 밝혔다. 포항의 한 철강회사에 근무하던 남동생을 만난 뒤 철강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사업계획을 이미 짠 상태였다.
남편은 펄쩍 뛰었다. 처가를 포함해 사업가가 한 명도 없었던 집안 배경에다 하필이면 여성은 더욱 하기 힘든 철강 회사를 차리겠다는 소리에 "차라리 이혼하자"며 강하게 반대한 것.진 대표는 "흔히 여성이 하는 창업아이템들은 관심도 없었던 데다 반들반들한 철이 예뻤다"며 "철강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을 설득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결혼 후 15년간 살림만 했지만 진 대표는 군인아파트 동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보스' 기질이 강했고,대인관계도 원만했다. 주위에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온갖 대소사를 챙기는 진 대표를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푼 두푼 모은 예금과 적금을 깨 마련한 80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165㎡ 규모의 임대공장을 차렸다. 처음에는 철을 절단해 공급하는 직원 수 3명의 단순 하도급업체였다. 알음알음으로 서로 일감을 주고받던 업계 관행상 거래를 트는 것은 고사하고,처음에는 "여자가 무슨 철판사업이냐"며 면전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진 대표는 "배우며 당해가며 사업하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럴수록 오기가 발동했다.
그는 대구지역 제조업 현황을 파악한 후 잠재 고객리스트를 작성,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그는 "술은 입에도 못 대 내가 할 수 있는 영업이라야 남들 한번 찾아갈 때 두세 번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철판 절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물론 영업,수금,경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일을 했다. 직원이 10명 남짓 될 때까지는 식당밥을 먹는 게 안쓰러워 매일 시장을 봐서 직접 밥을 해먹였다. 직원들을 사장이 아닌 엄마나 누나로서 대하자는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대홍밀텍은 지난해 3월부터 1인당 수백만원씩을 들여 일본 도요타생산방식(TPS) 연수를 보내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는 국내외 여행을 보내고,자동차 등 통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도 엄마,아내,누나 입장에서 직원을 배려하고 있어서다.
대홍밀텍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물론 어려움도 컸다. 당시 20억원의 부도어음을 맞았던 상황을 진 대표는 "소나기와 벼락을 한꺼번에 맞았다"고 표현했다. 거래업체를 돌고 돈 부도어음을 해결하려면 고의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권 융자와 친인척 지인 등에게 빌린 돈으로 빚을 갚았다. 진 대표는 "이로 인해 '철보다 강한 신용'을 얻었고,이후 사업이 순항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1999년 압연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히 베팅을 했다. 5억원을 주고 압연기계 1대를 구입했다. 이후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하기까지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포항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소규모 압연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대홍밀텍은 대구지역 하도급업체에서 서울 경기지역까지 정밀전자 및 자동차부품용 압연제품을 공급하는 '전국구 압연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대홍밀텍의 월 평균 압연 생산량은 1100t으로 2004년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주문량 증가로 내년 초 가동 목표로 달성 2차산업단지에 2공장을 짓는 등 증설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진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 덕택으로 돌린다. 그는 "직원 20여명이 모두 내 가족의 일원이고,인생 동반자로 이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있는 대홍밀텍의 진덕수 대표(56)는 '철(鐵)의 여인'으로 일컬어진다. 단순히 대구 · 경북지역 철강업 분야에서 홍일점 CEO(최고경영자)라서가 아니다. 군인의 아내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사업에 뛰어든 지 18년 만에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철강 절단 등 단순 하청업체로 출발한 대홍밀텍은 진 대표의 리더십 아래 냉간 압연기술을 보유한 매출 100억원대의 압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진 대표는 1992년 두 아들이 모두 중학교에 진학하자 남편에게 창업의사를 밝혔다. 포항의 한 철강회사에 근무하던 남동생을 만난 뒤 철강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사업계획을 이미 짠 상태였다.
남편은 펄쩍 뛰었다. 처가를 포함해 사업가가 한 명도 없었던 집안 배경에다 하필이면 여성은 더욱 하기 힘든 철강 회사를 차리겠다는 소리에 "차라리 이혼하자"며 강하게 반대한 것.진 대표는 "흔히 여성이 하는 창업아이템들은 관심도 없었던 데다 반들반들한 철이 예뻤다"며 "철강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을 설득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결혼 후 15년간 살림만 했지만 진 대표는 군인아파트 동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보스' 기질이 강했고,대인관계도 원만했다. 주위에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온갖 대소사를 챙기는 진 대표를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푼 두푼 모은 예금과 적금을 깨 마련한 80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165㎡ 규모의 임대공장을 차렸다. 처음에는 철을 절단해 공급하는 직원 수 3명의 단순 하도급업체였다. 알음알음으로 서로 일감을 주고받던 업계 관행상 거래를 트는 것은 고사하고,처음에는 "여자가 무슨 철판사업이냐"며 면전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진 대표는 "배우며 당해가며 사업하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럴수록 오기가 발동했다.
그는 대구지역 제조업 현황을 파악한 후 잠재 고객리스트를 작성,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그는 "술은 입에도 못 대 내가 할 수 있는 영업이라야 남들 한번 찾아갈 때 두세 번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철판 절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물론 영업,수금,경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일을 했다. 직원이 10명 남짓 될 때까지는 식당밥을 먹는 게 안쓰러워 매일 시장을 봐서 직접 밥을 해먹였다. 직원들을 사장이 아닌 엄마나 누나로서 대하자는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대홍밀텍은 지난해 3월부터 1인당 수백만원씩을 들여 일본 도요타생산방식(TPS) 연수를 보내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는 국내외 여행을 보내고,자동차 등 통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도 엄마,아내,누나 입장에서 직원을 배려하고 있어서다.
대홍밀텍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물론 어려움도 컸다. 당시 20억원의 부도어음을 맞았던 상황을 진 대표는 "소나기와 벼락을 한꺼번에 맞았다"고 표현했다. 거래업체를 돌고 돈 부도어음을 해결하려면 고의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권 융자와 친인척 지인 등에게 빌린 돈으로 빚을 갚았다. 진 대표는 "이로 인해 '철보다 강한 신용'을 얻었고,이후 사업이 순항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1999년 압연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히 베팅을 했다. 5억원을 주고 압연기계 1대를 구입했다. 이후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하기까지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포항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소규모 압연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대홍밀텍은 대구지역 하도급업체에서 서울 경기지역까지 정밀전자 및 자동차부품용 압연제품을 공급하는 '전국구 압연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대홍밀텍의 월 평균 압연 생산량은 1100t으로 2004년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주문량 증가로 내년 초 가동 목표로 달성 2차산업단지에 2공장을 짓는 등 증설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진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 덕택으로 돌린다. 그는 "직원 20여명이 모두 내 가족의 일원이고,인생 동반자로 이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