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주식투자의 세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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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등락을 거듭하는 증시의 오르막 내리막에 투자자들은 울고 웃는다.
종종 깡통계좌가 되어 ‘죽고 싶다’며 나를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주식투자자들에게 내게 자주하는 말이 있다.
‘돈은 잃어도 인심은 잃지 마세요.’
주식만 하면 잃게 되는 것이 있다. 돈 뿐만 아니다. 바로 '인심(人心)'이다.
아마도 전 우주를 통틀어 유일하게 플러스-마이너스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주식시장일지도 모른다. 특히 '인심의 법칙'에 있어서 말이다. 이 법칙은 언제나 하향 곡선을 따라 진행되는 통에, 돈을 벌어도 인심은 잃고, 돈을 잃어도 인심을 잃게 되기 십상이다. 30년 지기 친구도,20년 넘게 같이 산 마누라도 잃어버릴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살벌한 법칙 속에서 살아남은 지우(知友)들이 있었다. 88년경의 일이다. 미국 연수차 3년간 한국을 떠나 있었던 모 고위직 공무원 L씨가 돌아와 증권회사 지점장 친구인 K씨를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일이 있었다.
나는 단순히 그 자리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회포를 푸는 자리인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3년간 입도 뻥끗 못할 만큼 심각한 사건이 있었다.
얘기인 즉, 85년 L씨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오랜 친구였던 K씨에게 전 재산을 다 팔아 턱 맡겼던 것.
"3년 뒤 내가 돌아올 때, 지금의 재산을 조금만이라도 불려 주었으면 하네. 자네도 알지만 내가 돈 굴리는 재주가 없어서 말이야"
많진 않았지만 제법 쏠쏠했던 친구의 전 재산을 맡은 K씨는 순간 당황도 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가 고마워 L씨가 한국을 떠난 직후 가장 유망하다는 업종의 주식이라는 데에 모두 투자를 하고선 마음 놓고 있었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한참을 신경 써서 친구 돈을 투자를 하면 무조건 주식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원금은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더니 L씨가 돌아올 때쯤 되니 그 많던 재산은 다 날아가고 겨우 건져 올린 4분의 1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더욱 면목 없는 사실은 L씨가 미국에 가기 전에 팔았던 집값이 돌아와 보니 2배 가까이 뛰어있었던 것이 아닌가. 집만 그대로 두었어도 재산이 2배로 늘어났을 것을 친구에게 맡겨 증권에 투자하는 통에 본전치기도 못하고 만 것이다.
사태가 이러니 분명 화가 났을 법도 한데, 뜻밖에도 L씨는 그 자리에서 빙그레 웃으며 친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다 내가 돈 복이 없어 그러네. 괜히 자네에게 피해만 끼치게 되었구먼. 이런 일로 우정이 상하면 안 되지. 안 그런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가식된 용서와 화해가 아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참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감탄한 나는 나도 모르게 "저를 믿고 그 남은 재산 중의 반만 투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제안을 하고 말았다. 이미 재산 건질 생각을 포기했던지, L씨는 흔쾌히 "그러십시오! 그런데 이 돈으로 투자할 만한 데가 있겠습니까? 저는 돈 복이 없는 사람이라 또 괜히 폐만 입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걱정했다.
나도 무얼 믿고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우정에 감복한 것은 틀림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우정도 감천할 겁니다.”
나는 그의 남은 재산으로 김포 근처 야산을 헐값으로 구입하길 권했다. 그 누구도 그 야산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 해 폭우가 쏟아져 행주대교 근방의 둑이 홍수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산을 허문 흙으로 둑을 막게 되었다. 그 바람에 헐값에 산 야산은 평지가 되어 땅값이 몇 배로 뛰어 올랐고,흙 값은 나름대로 정부에서 배상까지 해줘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의 우정. 그러나,이는 극히 드문 예다. 만약 지금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시다면,이 세 가지만큼은 꼭 지켜주셨으면 한다.
첫째, 과도하게 하지 말 것이며,
둘째 절대 남 탓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돈을 잃어도 그저 내 복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시라는 것이다.
세상에 돈을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심(人心)을 잃는 것이요,더 나아가 자신(自身)을 잃는 것일 테니 말이다. 살다보면 문득 ‘돈을 잃는 게, 가장 적게 잃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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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깡통계좌가 되어 ‘죽고 싶다’며 나를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주식투자자들에게 내게 자주하는 말이 있다.
‘돈은 잃어도 인심은 잃지 마세요.’
주식만 하면 잃게 되는 것이 있다. 돈 뿐만 아니다. 바로 '인심(人心)'이다.
아마도 전 우주를 통틀어 유일하게 플러스-마이너스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주식시장일지도 모른다. 특히 '인심의 법칙'에 있어서 말이다. 이 법칙은 언제나 하향 곡선을 따라 진행되는 통에, 돈을 벌어도 인심은 잃고, 돈을 잃어도 인심을 잃게 되기 십상이다. 30년 지기 친구도,20년 넘게 같이 산 마누라도 잃어버릴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살벌한 법칙 속에서 살아남은 지우(知友)들이 있었다. 88년경의 일이다. 미국 연수차 3년간 한국을 떠나 있었던 모 고위직 공무원 L씨가 돌아와 증권회사 지점장 친구인 K씨를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일이 있었다.
나는 단순히 그 자리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회포를 푸는 자리인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3년간 입도 뻥끗 못할 만큼 심각한 사건이 있었다.
얘기인 즉, 85년 L씨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오랜 친구였던 K씨에게 전 재산을 다 팔아 턱 맡겼던 것.
"3년 뒤 내가 돌아올 때, 지금의 재산을 조금만이라도 불려 주었으면 하네. 자네도 알지만 내가 돈 굴리는 재주가 없어서 말이야"
많진 않았지만 제법 쏠쏠했던 친구의 전 재산을 맡은 K씨는 순간 당황도 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가 고마워 L씨가 한국을 떠난 직후 가장 유망하다는 업종의 주식이라는 데에 모두 투자를 하고선 마음 놓고 있었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한참을 신경 써서 친구 돈을 투자를 하면 무조건 주식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원금은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더니 L씨가 돌아올 때쯤 되니 그 많던 재산은 다 날아가고 겨우 건져 올린 4분의 1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더욱 면목 없는 사실은 L씨가 미국에 가기 전에 팔았던 집값이 돌아와 보니 2배 가까이 뛰어있었던 것이 아닌가. 집만 그대로 두었어도 재산이 2배로 늘어났을 것을 친구에게 맡겨 증권에 투자하는 통에 본전치기도 못하고 만 것이다.
사태가 이러니 분명 화가 났을 법도 한데, 뜻밖에도 L씨는 그 자리에서 빙그레 웃으며 친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다 내가 돈 복이 없어 그러네. 괜히 자네에게 피해만 끼치게 되었구먼. 이런 일로 우정이 상하면 안 되지. 안 그런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가식된 용서와 화해가 아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참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감탄한 나는 나도 모르게 "저를 믿고 그 남은 재산 중의 반만 투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제안을 하고 말았다. 이미 재산 건질 생각을 포기했던지, L씨는 흔쾌히 "그러십시오! 그런데 이 돈으로 투자할 만한 데가 있겠습니까? 저는 돈 복이 없는 사람이라 또 괜히 폐만 입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걱정했다.
나도 무얼 믿고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우정에 감복한 것은 틀림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우정도 감천할 겁니다.”
나는 그의 남은 재산으로 김포 근처 야산을 헐값으로 구입하길 권했다. 그 누구도 그 야산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 해 폭우가 쏟아져 행주대교 근방의 둑이 홍수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산을 허문 흙으로 둑을 막게 되었다. 그 바람에 헐값에 산 야산은 평지가 되어 땅값이 몇 배로 뛰어 올랐고,흙 값은 나름대로 정부에서 배상까지 해줘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의 우정. 그러나,이는 극히 드문 예다. 만약 지금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시다면,이 세 가지만큼은 꼭 지켜주셨으면 한다.
첫째, 과도하게 하지 말 것이며,
둘째 절대 남 탓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돈을 잃어도 그저 내 복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시라는 것이다.
세상에 돈을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심(人心)을 잃는 것이요,더 나아가 자신(自身)을 잃는 것일 테니 말이다. 살다보면 문득 ‘돈을 잃는 게, 가장 적게 잃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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