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0평)형 빌라를 기준으로 2개월 전에 1억원하던 전셋값이 1억3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나마도 물건이 없어서 수요자들이 전세물건 하나를 놓고 '내가 먼저 찍었다'며 다투는 경우도 있어요. "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송교숙 마장역공인 대표(한경 베스트공인)는 30일 지역 전세시장 동향을 묻는 말에 한숨부터 쉬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에서는 올해에만 9개 구역 1만2096채(서울시내 전체 3만1000채의 38%)가 철거 및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철거지역도 2개 구의 인접지역인 성동구 왕십리2동,동대문구 전농동 등에 집중돼 있다. 재개발 사업에 따른 다세대 · 다가구주택 철거가 최근 서울지역 전세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역인 것이다.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세물건이 나오면 한두 시간도 안 지나 소진된다"며 "한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전세물건 하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답십리 16구역이 재개발되면서 살 곳을 찾고 있다는 김성준씨(65)는 "끌어모은 돈을 다 합쳐도 9000만원밖에 안되는데 49㎡(15평) 반지하방의 전세가가 1억원"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처럼 집을 구하지 못한 성동구,동대문구 거주자들이 수도권 지하철 중앙선을 타고 동북쪽으로 옮겨가면서 중랑구부터 시작해 구리시와 남양주시까지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랑구 상봉동의 송귀복 신현공인 대표(한경 베스트공인)는 "재개발이 끝나고 입주하려는 조합원들의 경우 다세대주택보다 보증금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선호해 아파트 전세가도 올라가고 있다"며 "8월 초에 1억7000만~1억8000만원 정도 하던 86㎡ 아파트의 전셋값이 갑자기 2억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구리시의 인창주공공인 관계자도 "서울지역에서 수요자들이 옮겨오면서 전세 매물이 동났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내년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돈의문뉴타운과 북아현뉴타운 등 재개발로 이주 · 철거가 진행되는 지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자문위원회가 올해 3만1000여채인 철거 주택 수가 내년에는 4만8000여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그나마 올해는 견딜 만한데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