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관광명소인 타임스 스퀘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7번 애비뉴 49번가 바클레이즈캐피털 본사.1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쓰러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 간판을 새로 내건 이 회사는 요즘 축제 분위기다. 지난 상반기 세전 순이익이 17억달러로 1년 전보다 100% 늘어난 덕에 임원들은 수십억원,일반 직원들도 많게는 수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여기에다 주가가 1년 전 수준을 회복한 데다 채권 거래량도 급증하면서 하반기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던 리먼브러더스는 1년 새 이렇게 바뀌었다. 빅5 투자은행으로 꼽혔던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는 각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으로 흡수돼 간판을 내렸다. 이제 월가에서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를 빅2로 꼽는다. 마이클 라니에르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승자 독식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데다 정부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조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한 데 힘입어 미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4%,올 1분기 -6.4%로 뒷걸음질친 미국 경제(전기 대비 연율 기준 성장률)는 2분기엔 감소폭이 -1.0%로 좁혀졌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1.5~-2.0%를 뛰어넘은 것이다. 3분기에는 3.5% 수준으로 잠재성장률 2.5%를 뛰어넘는다는 예상(미셸 마이어 바클레이즈캐피털 이코노미스트)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2차 위기의 진앙지가 될 것으로 지목받던 영국 경제도 나아지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1년 만에 플러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런던 금융가는 해고했던 은행원들을 다시 채용하고 있다.

어둠의 그림자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주 맨해튼 32번가 스탠퍼드호텔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건물을 한바퀴 둘러싸고 있었다. 호황 때 미국의 실업률이 7%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9% 중반에 달한다. 월가에서 쫓겨난 사람만 3만명에 이른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에 따른 중소 은행의 추가 부도 가능성,늘지 않는 소비 등으로 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본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을 맞아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홍콩 등을 집중 취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됐고 어떻게 전개될지를 시리즈로 진단해 본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