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올 최고수준… 단기과열 우려
코스피지수가 1600을 넘어서자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하루 거래대금의 60% 이상을 개인이 차지할 정도로 개미들의 증시 참여 열기가 뜨겁다. 신용융자가 올 최대치로 높아지고 미수금이 늘어나는 등 외상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시장이 단기 과열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수 1600선에서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이 테마주 위주로 수익률 게임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신규 자금 유입이 정체 상태여서 아직 과열 단계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거래 비중 60%대로 올라서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2000억원가량 순매도했던 개인들이 이달 들어선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28일까지 개인은 1조6736억원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향 추세다. 이날 개인들의 매매 비중은 61%에 달했다. 일별 거래대금 중 개인 비중은 지난 4월 말 62%까지 오른 이후 5월 말에는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7월 말에도 54% 수준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다시 60%를 웃돌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이날 현재 각각 16%와 19%로 20%를 밑도는 형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외상거래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규모는 27일 현재 3조2751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지난 17일부터 9일째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유 현금보다 많은 주식을 샀다가 이틀 후 결제하는 미수금 규모도 7월 말 1751억원에서 27일 기준으로 2472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달 19일에는 연중 최고치(2928억원)에 근접한 2636억원까지 늘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지수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이 한 종목을 오래 들고 있지 못하고 단기간에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수익률 경쟁에 치중함에 따라 매매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테마주들은 개인이 데이트레이딩 타깃으로 삼으면서 매매 회전율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회전율 상위 종목에는 신종 플루,줄기세포 등과 관련된 제약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오리엔트바이오(134%) 한국슈넬제약(120%) 종근당바이오(107%) 등은 주간 회전율이 100%를 넘을 정도로 손바뀜이 잦았다. 알앤엘바이오(96%) 녹십자(86%) SK케미칼 일양약품(76%) 중외제약(70%) 등도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악성 투기거래 비중은 낮아

대형 증권사의 리테일영업 담당자는 "통상 개인들의 매매 패턴은 지수 움직임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1600선에서 개인들의 매매대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단기 조정의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형주 위주로 개인이 몰리면서 거래대금 중 개인 비중은 올라가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외국인의 주 공략 종목이 주춤할 경우 지수는 쉽게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 자금이 아직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열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중순 12조원대로 떨어졌던 고객예탁금은 이달 18일 15조2460억원까지 급증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서 이날 현재 14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 중 미수와 신용융자 등을 제외한 실질예탁금은 4~6월 3개월간 4조5000억원 순유입됐다가 7월에 1조9000억원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 실질예탁금은 2500억원가량 순증에 그쳤다. 이 증권사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개인 자금은 2분기에 대거 유입됐다가 7월에는 차익을 실현하며 상당부분 빠져나갔다"며 "이달에는 예탁금 유출입 변화가 많지 않아 자금 흐름은 소강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과거 개인들이 증시로 몰리면 시장이 단기 고점에 도달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조정이 임박했다는 의견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원 연구원은 "미수금을 결제하지 못해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비중이 전체 미수금액의 4%에 그쳐 올 상반기의 10%대에 비해 오히려 안정돼 있다"며 "개인의 악성 투기거래 비중이 낮다는 것은 시장이 아직 과열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