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기,통화량,물가,금리,소문,펀드매니저의 기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주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죽하면 주가가 술 취한 사람처럼 우발적으로 움직인다는 '랜덤 워크(Random Walk)'이론까지 나왔을까. 증권가에는 이런 말도 있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 '
시장 예측이 어렵다 보니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투자자의 감정을 배제하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매매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미국 대형 투자사들이 주로 쓰는 프로그램 매매기법인 '고주파 거래(High Frequency Trading)'의 공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주파 거래는 고성능 컴퓨터의 월등한 속도를 무기로 극초단타 거래를 해 수익을 챙기는 시스템이다. 그 가운데 일반투자자들보다 먼저 정보를 알아내 매매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한다. 일반적인 주식 매수 주문은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0.3초가 걸리지만 이 방식은 0.03초 안에 매수정보를 파악해 매매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예를 들어 일반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1만1000원에 매수주문했다면 이 방식은 0.03초 안에 주문을 감지해 1만500원에 사들이고, 0.3초 후 일반투자자의 매수주문이 시장에 도착할 때는 1만1000원에 매도해 주당 500원의 수익을 거둔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등록한 증권회사 2만여곳 중 2~4% 정도만 고주파 거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매매는 전체 거래량의 7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주자는 골드만삭스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고주파 거래의 공정성을 조사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황금공식'을 찾아내려 했지만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내려고 하는 건 환상일지도 모른다. 결국 시장 앞에 겸손하고 욕심을 줄이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