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간판 기업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시가 1년여 만에 1600선을 회복했다. IT(정보기술) 및 자동차업체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앞으로 '승자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라는 평가로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24일 블루칩들이 강세를 보이며 31.24포인트(1.98%) 급등한 1612.22로 마감했다. 작년 7월 이후 13개월 만에 1600대로 올라섰다.

원 · 달러 환율도 외국인이 3000억원어치 넘게 주식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지난 주말보다 9원70전 내린 12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주말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후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도 주가 급등에 한몫을 했다.

특히 우량 대형주인 블루칩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4% 올라 15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현대차도 4.3% 급등하며 이틀 연속 최고가에 올랐다.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LG화학 한국타이어 등도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연일 랠리를 벌이는 것을 두고 두 회사의 영문이름 머리글자를 따 'SH장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외국인은 최근 5개월여 동안 21조원어치 넘게 주식을 사들여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4월에 27%까지 추락했다가 31%대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간판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인에 따른 외국인들의 신뢰가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는 1980년대의 GE,1990년대의 소니에 이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아직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중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3.3% 치솟았고, 중국 상하이지수도 장중 3000선을 회복하는 강세를 보였다. 홍콩 · 대만 · 호주 증시 역시 1~2%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