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國葬] "온 국민 한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시대 열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은 23일 오후 2시 국회 잔디마당에서 전 세계 조문객과 각계 인사 및 시민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민주화와 민족화해를 위해 평생을 바친 고인을 추모하고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엄숙함이 짙게 깔렸다.

오후 1시55분 조악대의 조곡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운구차가 영결식장에 서서히 들어서자 영결식이 시작됐다. 재단에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과 노벨평화상이 놓여졌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전 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연극배우 손숙씨의 사회로 영결식이 시작됐다.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김영삼 · 전두환 전 대통령,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를 포함한 3부 요인,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주요국 조문사절단과 시민 등 모두 2만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조악대의 애국가와 묵념곡 연주,이달곤 행안부 장관의 약력보고,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의 조사,김 전 대통령 내외와 각별한 관계에 있는 박영숙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장의 추도사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한 총리는 조사에서 "대통령님은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오셨다"며 "이러한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영숙 소장은 추도사에서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룩한 불굴의 정치인이며,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준비된 대통령,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의 미움을 녹여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민족의 지도자"라고 추모했다. 박 소장은 이어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며 "우리가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추도사에 이어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종교의식이 진행됐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추모 동영상이 상영됐다. 각계 인사 헌화 및 분향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전두환 · 김영삼 전 대통령,권양숙 여사,한승수 총리,김형오 국회의장과 3부 요인,정당 대표의 순서로 이어졌다.

추모공연은 가곡 '그대 있음에'와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르던 '우리의 소원'이 한국종합예술학교와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 합창으로 진행됐다.

국군 의장대의 21발 조총 발사와 묵념에 이어 손숙씨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운구차가 국회를 빠져나가면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국회 등원'은 끝을 맺었다.

이재철/구동회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