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문화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기술력만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매체 및 고객의 취향에 얼마나 잘 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닌텐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기'닌텐도 위(Wii)'와 '닌텐도 DS'로 지난해 매출액이 2005년 대비 3.6배,영업이익은6.1배나 뛰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경쟁사인 소니가 신기술로 고객에게 충격을 주는 전략을 취했다면 닌텐도는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면서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전략이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위 소장은 "닌텐도가 선보인 기술은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재미를 추구하면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 개발과 적용보다 고객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골프(스크린골프)는 기존 골프 스윙분석기에 재미를 보태 '블루오션'을 창출한 사례다. 골프존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골프 인구는 총 골프 인구 중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뮬레이션 골프 전체 시장 규모는 연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시뮬레이션 골프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스윙분석기는 원래 골프연습장 등에 설치된 기계였다. 이 기계를 이용해 '골프방'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이 현재의 시뮬레이션 골프방 붐으로 연결됐다.

초기 시뮬레이션 골프 기술은 실제 필드와 유사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됐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골프 대회 등 게임으로 즐길 만한 요소를 도입하고 스윙하는 모습을 웹으로 보여줘 자세 교정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까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골프를 통해 실제 필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뿐 아니라,필드에 나가기 전 골프 연습을 하는 수단 및 게임 자체로 즐기기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게 그 이유다.

김필주 골프존 SW 개발실 실장은 "실제 필드를 100% 구현하는 기술만으로 시뮬레이션 골프가 시장성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고객들이 시뮬레이션 골프를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시뮬레이션 골프와 실제 골프가 너무 같으면 오히려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어,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2007년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은 부피가 큰 책만을 고집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독서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합한 상품이다. 많으면 수천권의 전자책을 종이책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운로드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킨들 시리즈는 299달러라는 가격(최근 출시된 'Amazon's 6 Wireless Reading Device' 기준)에도 지난해 미국에서 100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만화업계는 모바일에 눈을 돌렸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일본의 만화 출판업계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총 329억엔(약 4200억원)의 매출을 기록,전년 대비 매출 신장이 43%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자책 단말기(SNE-50K)를 출시한 교보문고의 남성호 홍보팀장은 "우리나라 독자들은 종이책의 느낌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기호를 반영해 종이의 느낌이 있는 전자종이를 도입하고 펜으로 메모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