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2~3개층을 더 올리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이 재건축을 선호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도입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7일 국토해양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3월 한국리모델링협회가 제안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에 대해 5월 말부터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반대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선 안산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보였으며 서울시와 인천시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재건축 · 재개발을 통한 주택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어 리모델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공식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지만 안전상 문제점도 함께 거론하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리모델링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란 점에서 좋은 제도지만 지자체가 원치 않으니 국토부로서도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란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 층수를 2~3개층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늘어나는 세대 수의 절반가량을 서민을 위한 임대용 보금자리주택 또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환수하자는 아이디어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경우 1층을 필로티(벽면 없는 기둥)로 지을 때만 1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다. 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에선 필로티를 제외하고 2~3개층 증축을 허용,세대 수가 15~25%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도심 내 주택 공급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제안 이유다.

한국리모델링협회의 차정윤 사무총장은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소유자의 자산가치 증가보다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워낙 튼튼하게 지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오래된 아파트들은 수직증축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20~30년 된 아파트를 층수를 높여가며 리모델링할 경우 과연 안전에 문제가 없을지 전문가들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설계도면 자체가 아예 사라진 경우도 많고 1990년대 이전 준공한 아파트들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안전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또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아파트 대부분은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서울시의 경우 250%)을 거의 다 채운 상태여서 층수를 올리기 쉽지 않고 각 세대의 전용면적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800여 전문가 회원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데다 △내진시스템같은 것도 리모델링 때 보강 공사를 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넘은 단지에서 추진할 수 있다. 리모델링 조합 결성을 위해서는 아파트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례 용적률내에서 각 세대 주거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다. 현재는 층수를 높이거나 세대를 늘릴 순 없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