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메신저에 등록된 지인을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메신저 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오히려 피싱 사기꾼을 속여 돈을 받아낸 한 네티즌의 이야기가 화제다.

아이디 'XX우산'을 쓰는 이 네티즌은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메신저 피싱 사기꾼에게 임급받았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지난 12일 오후 지인을 사칭한 피싱 사기꾼으로부터 급히 결제할 일이 있다며 300만원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메신저 피싱임을 눈치채고 "적립식 통장인걸 깜빡했다"면서 "500만원 이하로는 출금을 못하도록 막아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만800원이 모자라 돈을 보내줄 수 없다"면서 "네가 20만원을 보내주면 내가 다시 320만원을 보내주겠다"고 범인을 유혹했다.

피싱 사기꾼은 의심의 여지없이 20만원을 송금한 후 "돈을 넣었다"면서 송금을 부탁했다. 하지만 이 네티즌은 "넌 네 수법에 네가 속니?"라고 말한 뒤 곧바로 경찰서로 향해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피해가 없으면 사건 접수가 안된다"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난감하다. 은행에 전화해 입금시킨 사람과 연락하고 돌려주는 방법 밖에 없겠다"고 말했다고 이 네티즌은 전했다.

은행 확인 결과 '20만원' 입금자는 또 다른 피싱 피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튿날 이 네티즌은 은행을 통해 주인에게 '20만원'을 돌려줬다면서 "이 방법은 재미는 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접수된 메신저 피싱은 1368건 가량이며, 피해금액은 16억8000만원에 달한다.

한경닷컴 서희연 기자 shyrem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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