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정신지체자 보호소에서 감독관이 장애인들에게 강제로 '주먹 싸움'을 강요하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이 법정에 공개돼 전미 사회가 들끓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주립학교에서 근무했던 감독관들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최소 1년이 넘도록 이곳에 보호·수용돼 있던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싸움을 조장해 부상을 입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지난 11일 누에세스 카운티 법정에 선 25세 남성 제스 살라자는 마치 영화 '파이트 클럽'에 묘사된 것처럼 장애인들간 싸움을 조장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형이 확정될 경우 살라자는 최대 10년형을 선고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텍사스 경찰이 지난 3월 우연히 습득한 휴대전화에 저장된 20여개의 동영상을 확인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 동영상이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들을 통해 확산되자 미국인들은 '너무 참혹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소름끼친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동영상을 가리켜 배심원들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슬프고 처참한 모습들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동영상들은 '보호소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장애인들간 싸움을 일으키고 직원들이 이를 웃으며 구경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다. 겁에 질린 장애인들에게 싸움을 강요하기도 했으며 한 눈에 봐도 체중 차이가 크게 나는 장애인들끼리 싸우게 하는 모습까지 있어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피고 살라자 측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 "살라자는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증거가 확보된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살라자 외에도 6명의 감독관들이 유사한 혐의로 법정에 출두,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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