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명동을 휩쓰는 일본인 관광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화 약세로 '바이 코리아' 러시, 환율의존형 경제 탈피가 과제
명동 거리에 일본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해 한때 뚝 끊어졌던 일본인들의 발길이 인플루엔자에 대한 공포심이 사그라들면서 다시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젊은 대학생층에서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 단체 관광객들까지 밀려들면서 명동 일대 호텔의 일본인 객실 점유율은 70~80%에 이른다고 한다.
거리 풍경도 마치 도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어 광고 간판이 즐비하고 "야스이 야스이(싸네 싸)" "오이시이(맛있네)"를 연발하며 쇼핑백을 들고다니는 일본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명동 상점가와 백화점들은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이런 분위기를 매출 확대로 연결시키느라 부산하다.
실제 기여하는 바도 크다. 명동 일대 백화점들은 몰려드는 관광객이 내수 부진을 상쇄시켜주고 있고,일부 화장품 매장 같은 경우는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선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가 하면,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침체기에 큰 원군이라 할 만하다.
일본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엔화 가치가 크게 올라 돈 쓰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요즘 원 · 엔 환율은 100엔당 1300~1400원 선을 오르내린다. 1년여 전만 해도 대략 1 대 10 정도의 비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40%나 돈 값이 올랐다. 그에 비례해 한국 돈의 가치는 떨어졌고 상품 값도 저렴해졌다. 일본인들로선 엔화 강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명동의 일본인 붐은 원화 약세가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높여주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단 한국에서 관광을 하거나 쇼핑을 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해외에서도 한국 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전자제품 등 우리의 주력상품들은 요즘 매출이 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도 급상승하는 추세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또한 호전 양상이 뚜렷하다. 수입보다 수출이 덜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나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이어가면서 한국의 대외지불능력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눈녹듯 사라졌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수시로 나돌던 외환위기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환율의 마술에 기인한 바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호조건의 환율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1250원 범위를 오간다. 한때 달러당 1600원대를 넘봤던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상당폭 올라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말기만 해도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을 원화 강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은 오히려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올 들어서만도 20조원에 육박한다.
달러화가 대거 밀려들어오면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따라서 달러당 1000원 시대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선에 서야 할 것은 바로 기업들이다. 지금의 환율 수준에 안주하고 있을 게 아니라 해외 경쟁기업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활발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한국 경제의 기반이 보다 튼튼해질 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도쿄 시내를 휘젓고 다니며 원화의 위력을 마음껏 향유하는 시대도 올 수가 있다.
수석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거리 풍경도 마치 도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어 광고 간판이 즐비하고 "야스이 야스이(싸네 싸)" "오이시이(맛있네)"를 연발하며 쇼핑백을 들고다니는 일본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명동 상점가와 백화점들은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이런 분위기를 매출 확대로 연결시키느라 부산하다.
실제 기여하는 바도 크다. 명동 일대 백화점들은 몰려드는 관광객이 내수 부진을 상쇄시켜주고 있고,일부 화장품 매장 같은 경우는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선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가 하면,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침체기에 큰 원군이라 할 만하다.
일본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엔화 가치가 크게 올라 돈 쓰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요즘 원 · 엔 환율은 100엔당 1300~1400원 선을 오르내린다. 1년여 전만 해도 대략 1 대 10 정도의 비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40%나 돈 값이 올랐다. 그에 비례해 한국 돈의 가치는 떨어졌고 상품 값도 저렴해졌다. 일본인들로선 엔화 강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명동의 일본인 붐은 원화 약세가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높여주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단 한국에서 관광을 하거나 쇼핑을 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해외에서도 한국 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전자제품 등 우리의 주력상품들은 요즘 매출이 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도 급상승하는 추세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또한 호전 양상이 뚜렷하다. 수입보다 수출이 덜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나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이어가면서 한국의 대외지불능력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눈녹듯 사라졌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수시로 나돌던 외환위기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환율의 마술에 기인한 바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호조건의 환율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1250원 범위를 오간다. 한때 달러당 1600원대를 넘봤던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상당폭 올라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말기만 해도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을 원화 강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은 오히려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올 들어서만도 20조원에 육박한다.
달러화가 대거 밀려들어오면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따라서 달러당 1000원 시대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선에 서야 할 것은 바로 기업들이다. 지금의 환율 수준에 안주하고 있을 게 아니라 해외 경쟁기업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활발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한국 경제의 기반이 보다 튼튼해질 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도쿄 시내를 휘젓고 다니며 원화의 위력을 마음껏 향유하는 시대도 올 수가 있다.
수석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