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황 공습경보 1단계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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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규정 중 일부 완화
임원 비즈니스석 출장 부활…야근교통비·식비 다시 지원
임원 비즈니스석 출장 부활…야근교통비·식비 다시 지원
#사례1. 지난해까지 지갑 없이 주머니에 동전 몇 개와 출입증만 넣은 채 출근했던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의 김모 과장.그의 '맨몸 출근'은 올해 초 중단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야근자에게 지급됐던 교통비 보조금이 뚝 끊어지면서 현금 쓸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다시 바뀐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삼성전자의 경영사정이 조금씩 호전되면서 중단됐던 혜택들이 하나 둘씩 되살아난 것.요즘 김 과장은 웃으면서 야근을 한다. 초과근무자에게 지급하는 가욋돈이 생각보다 짭짤하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사례2. 매달 두세 번씩 미국을 방문하는 삼성전자 북미지역 영업지원 담당 이모 상무.그는 출장 가방에 항상 넣어뒀던 '휴대용 U자형 목 베개'를 집에 빼 놓았다. 무조건 이코노미석(3등석)을 이용하라던 지침이 지난달 해제되면서 불편한 기내 잠자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요즘 그는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
삼성전자가 '불황 공습경보'를 조심스럽게 해제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선포한 비상 경영계획 중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부 규정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2조5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고 향후 전망도 어둡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저녁밥과 택시비 규정을 풀었다. 야근자가 많은 DS(부품) 부문은 오후 7시30분 이후 퇴근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지난달부터 저녁밥을 줬던 것.DMC(완제품) 부문도 오후 9시 넘어까지 근무하는 직원에게 석식을 제공했다. 퇴근 택시비 규정도 달라졌다. 지난 6월까지는 밤 12시 이후 회사를 나서는 야근자만 택시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기준이 밤 11시로 앞당겨졌다.
지난 10일부터는 올해 초 사라졌던 교통비 보조금이 되살아났다. 이 보조금은 초과 근무수당 성격을 띠며 2시간당 1만원씩 지급된다. 예컨대 정상적인 퇴근 시간이 6시인 직원이 10시까지 일하면 4시간에 해당하는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저녁밥과 택시비와 관련된 혜택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대신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며 "지원 규모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임원들은 출장 때 항공기 좌석 제한이 완화된 게 가장 반갑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비상경영계획안을 통해 남미를 제외한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임원들에게 반드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코노미 규정은 지난달부터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으로 한정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임원들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비상경영 규정 중 추가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항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며 "전체적인 긴축경영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이외의 기업들은 좀 더 경기 추이를 지켜본 후 비상경영 지침을 완화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