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계열사 노조들이 상설협의체를 만들기로 하는 등 독자적인 노조연맹 출범 작업에 착수했다.

11일 KT와 각 계열사 노조에 따르면 이들 노조는 10일 대표자 회의를 갖고 상설협의체 출범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규약을 마련키로 했다. 그동안 KT그룹 노조 간 협의는 노조위원장들이 부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갖는 수준에 그쳤다.

KT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KT그룹 노조의 연대 강화 차원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임단협이나 그룹 관련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노조연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급단체 개념의 연맹 출범이 본격화되면 계열사들의 기존 상급단체 탈퇴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계열사 노조위원장은 "그룹 차원의 연대 강화를 위해 기존 상급단체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KT그룹 노조 수장격인 KT · KTF 통합노조가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KT데이터시스템이 동반 탈퇴하자 다른 계열사 노조들도 탈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됐다. 현재 KT 계열사 중 민주노총 산하에 KT네트웍스 KTFT KT하이텔 KT파워텔 굿모닝에프 등 5개 노조가,한국노총 산하에 KT링커스 KT텔레캅 등 2개 노조가 소속돼 있다.

KT노조가 민주노총 탈퇴 이후 한국노총 가입 대신 그룹 단위 연맹체 구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계열사 대부분이 IT(정보기술) 유관업종인 데다 협상 창구도 통합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업종별로 민주노총 한국노총과는 다른 제3의 노조 출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체 노조들이 독자적인 산별노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인천 대구 광주 등 각 지역 지하철 노조들도 기존의 회의체인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를 하반기 중 산별노조인 전국지하철노조연맹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KT와 KTF노조는 이날 통합 출범식을 가졌다. 이번 통합으로 KT노조 조합원 수는 2만8434명에서 3만110명으로,지부는 440개에서 451개로 늘어나게 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