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과 공기업들의 경쟁적인 외화 조달에 대해 교통정리에 나섰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외화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민간의 자체 외화 조달을 독려했으나 지금은 유동성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크게 호전된 데다 무엇보다 경쟁적인 외화 조달로 달러 공급이 넘쳐 환율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다른 것이다.

1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들어 은행과 공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에 나서는 데 대해 발행 규모와 시기를 조율하는 형태로 시장지도에 나섰다. 정부가 관리에 나서는 1차적인 대상은 시중은행보다는 공기업들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화의 조달과 유통시장은 별개여서 민간의 외화 조달이 환율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최근 공기업들의 경우 외화 채권 발행을 통해 얻은 달러화를 국내 환시장에 유통시키면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기업들이 계획 중인 외화 조달 규모를 줄이거나 해외 채권 발행 시기를 늦추는 식으로 정부가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도로공사 주택공사 중소기업진흥공사 한전발전자회사 등이 각각 5억~10억달러 규모의 외화 조달을 준비 중이나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개입에 대해 시장에서는 환율과 조달금리가 낮을 때 외화 조달에 나서는 것이 유리한데,지금처럼 정부의 개입으로 시기가 늦어지고 규모가 줄어들 경우 기회손실을 볼 우려도 있다는 반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간의 경쟁적인 달러채권 발행이 국내 외환시장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당연히 정부가 나서서 조율할 필요가 있고 과거에도 그래왔다"며 "다만 지금이 그럴 타미잉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유창재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