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유탄을 맞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지위를 상실하게 될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제조업 전략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원가가 싸다는 이유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중국 등 제3국에 공장을 두거나 먼 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던 관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앞으로 근거리 지역 생산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대체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 제조업체들이 부품을 중국에서 구하기보다는 멕시코나 동유럽에서 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에는 에너지 가격이 훨씬 비싸지고 이에 따라 원거리 공급망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주요 제조업체들이 더욱 지역적으로 집약된 공급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유럽에 기반을 둔 필립스의 경우 아시아를 생산기지로 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를 활용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드영의 조사 결과 제조업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0%가 물류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원거리에서 부품을 조달하거나 제품을 조립하는 데 대한 리스크는 점점 커진다. 이미 네덜란드 가구업체인 사마스나 오스트리아 조명기기업체 춤토벨처럼 본국이나 인근 국가에서 부품 조달 비중을 크게 높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회계법인인 RSM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바틀렛 자문은 "철강이나 자동차,항공산업 등은 특히 거리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미국 보잉의 경우 부품 공급에서 멕시코 비중을 높였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