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소가 화두인 가운데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의 변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최근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시작으로 친환경 자동차 경쟁에 참여하게 됐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이번 친환경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40%나 줄일 수 있고 연료비도 약 61% 덜 든다고 한다.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은 국가 간 과학기술의 경연장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기술 확보 초기 단계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주도해 왔다. 일본은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친환경 미래자동차 개발에 2012년까지 총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친환경차 개발에 총 2조7000억원을,유럽연합은 2015년까지 각 기업이나 인프라 구축에 총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연료전지 등 원천기술 개발은 엄청난 시간과 인력,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현대 · 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기술 개발을 통한 친환경 자동차시장 선점을 위해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술 협력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성과를 얻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념 설계 및 성능평가에 대한 기술이 조선업체들에 전달돼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발로 연결되었다.

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이뤄낸 세계최초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상용화는 이동통신 강국의 발판이 됐으며,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발한 터치스크린은 국내 휴대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조선처럼 세계 1,2위의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자동차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들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이들과의 협력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허탁 <건국대 신소재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