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서울을 찾은 왕서현양(17)은 8일 오후 4시께 동대문에 도착해 9일 새벽까지 야간 쇼핑을 즐겼다. 평소 동대문쇼핑타운을 보고 싶었던 왕양은 방학을 이용해 부모의 허락을 받고 상경했다. 이들 일행은 쇼핑을 한 뒤 찜질방에서 자고 내려갔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면서 한여름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동대문 쇼핑타운으로 몰려들고 있다. 연인과 가족,방학을 맞은 중 · 고교생,서울로 휴가를 온 지방 관광객 등이 동대문을 찾으면서 이달 들어 야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보통 7~8월은 패션업계에서 손님이 끊기는 하한기지만 동대문 쇼핑타운의 밤은 넘쳐나는 인파로 흥청거리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1시께 동대문 쇼핑타운 주변의 카페 테라스,야외 의자 등은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빈틈이 없었다. 밀리오레 앞 타로점집은 밤새도록 만석이었고,아마추어 댄스공연이 열린 헬로에이피엠 야외무대에는 500여명이 몰려 열광했다. 같은 시간 굿모닝시티 야외무대에선 멕시칸 오페라 가수들이 노래 공연을 하고 있었다. 헬로에이피엠,굿모닝시티 앞 야외무대에선 매일 오후 10시께 댄스 · 노래 공연과 장기자랑 대회가 시작돼 밤 12시까지 이어진다. 케레스타 앞에 설치된 '타가디스코'라는 놀이기구 앞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점상들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옛 동대문운동장 주변 노란천막을 한 100여개 노점상들은 밤새도록 고객들을 맞고 있다. 먹을거리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이들 노점상들은 새벽 4~5시까지 문을 연다. 두타 안내데스크의 이모씨(27)는 "이달 들어 주말만 되면 가족 단위 입장객이 평소의 두 배 이상 몰린다"고 전했다.

동대문 쇼핑타운에는 쇼핑 목적의 고객 외에 청계천이나 인사동에서 머리를 식힌 후 관광 목적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 등촌동에 사는 최모씨(39)는 8세와 4세 된 두 딸을 데리고 인사동 구경을 한 뒤 오후 10시께 동대문을 찾았다. 퇴근하는 남편을 두타 앞에서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갔다. 지방에서 온 박모씨(35)는 "불황이라 해외여행을 가기가 부담스러워 가족과 서울로 휴가를 왔다"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마지막 관광 코스로 동대문에 들렀다"고 말했다.

매일 밤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노점상이나 커피전문점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생수를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노점상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타 2층 커피빈에는 새벽 3시30분까지 손님이 찾아온다. 하지만 서민 경기가 풀리지 않은 탓에 방문객 수에 비해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상인도 꽤 있다. 헬로 에이피엠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이모씨(44)는 "야간 방문객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아이쇼핑'만하는 사람도 많다"고 푸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