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부양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한 정책은 무엇일까. '중고차 현금보상(cash for clunkers)'을 꼽을 수 있다. 중고차를 넘기고 새 차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최대 4500달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를 활용해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24일 첫 실시된 지 일주일 만에 10억달러의 예산이 소진될 정도다.

지난달 31일 뉴저지 파라무스딜러의 브루스 보구스키 매니저는 "연료 효율이 높은 신차를 구입하겠다는 고객이 평소보다 4배가량 늘어 제대로 상담에 응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중고차 값이 거의 나가지 않는 고객으로서는 이 제도를 활용하면 신차 매입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서부에 264개 프랜차이즈 딜러망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 오토네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이 제도는 단순히 차 판매를 늘리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가 조만간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기부양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딜러에 신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반면 딜러들은 정부의 관련 예산이 조기에 바닥날 것을 우려해 최종 자동차 매매 계약을 주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하원은 이날 예산 소진으로 중단 위기에 처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20억달러의 추가 예산 지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자동차 시장에 개입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 지원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