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CEO 전원 배석… 그룹차원 심실어주기 '예우'
"소신경영으로 현안 마무리"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신임 회장(64)이 31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1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창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총수로 맞게 됐다.
박 회장은 400여명의 그룹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윤 창출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기업은 실적으로 말해야 하고,이를 위해 신상필벌의 인사원칙과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철저한 성과주의 체제로 그룹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또 "그룹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매진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관련 사안은 보다 속도를 높여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대해서는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법적 대응과 석유화학 부문의 그룹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 '제로'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조직 안정화가 최선"
박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조직 안정화를 강조했다. 그는 "혼선과 오해는 종결됐으며,따라서 인사도 앞당기지 않고 현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 분야를 더 확장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기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사업 포트폴리오도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포함한 모든 구조조정이 적기에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배구조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그룹 지주회사라는 것에 대한 전략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계획도 당분간 없다"고 못박았다.
박찬구 전 회장이 재직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대표직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와 형식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주주우선 경영'도 약속했다. 그는 "주가 관리도 각 계열사 최고경양자(CEO)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CEO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실적 향상에 힘쓰고 불필요한 루머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힘 실리는 '박찬법호(號)'
박 회장은 소신 경영으로 현안을 마무리짓고 조속한 시일 내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저에 대한 공적인 지지와 성원을 표명했다"며 "대주주의 지지와 성원이 있는 한 그룹을 소신껏 이끄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박 신임 회장에게 깍듯한 예우를 갖추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취임식에 이어 열린 취임 기자회견장에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 20여명이 함께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일부 사장들은 해외출장중 기자회견 일정에 맞춰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사용하게 될 집무실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그룹 본사 27층에 마련될 예정이다. 타고 다닐 승용차 역시 기존 부회장 시절 타고 다니던 에쿠스에서 박삼구 명예회장과 같은 급인 렉서스로 격상됐다.
박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떠오른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장생활은 한두 번의 반짝 성공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주위에 성공한 사람들을 봤더니 하나같이 부지런했으며 진지했다"고 말했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