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자동차 풍향계] '뜨거운 감자' 블로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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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문 잡지는 자동차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 장단점을 캐내는 기사를 주로 싣는다. 자동차라는 것이 타보지 않으면 차이점을 알기 어려워 시승은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한 달 사이에 10여대씩 쏟아져 나오는 차를 모두 구입해 장거리 주행 테스트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사정은 여의치 않다. 자동차가 100만~200만원 하는 게 아니여서 그렇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산 완성차 회사나 수입차 업체들이 마련한 시승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차가 새로 출시되면 업체들은 대부분 시승차를 마련해 고르게 시승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부 국산 메이커의 신차는 타기 힘들게 됐다. 최근 A사가 내놓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데뷔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도로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운전석에 조차 앉아보지 못했다. 쿠페 스타일의 신차도 마찬가지.'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계약이 몇 천대에 달한다'는 등의 보도자료가 나오지만,실제로 타 볼 수 없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시승차가 아예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관련된 시승기가 꽤 올라온다. 주로 블로거들이 올린 내용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부 블로거들에게 시승 기회를 주고 좋게 기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방법은 각각의 메이커에서 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을 중시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는 없다. 하지만 그 창구를 하나로만 막아놓는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메이커 측에 시승차를 타기 힘들다고 토로했더니 "전문지나 일간 신문에서는 좋은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윗선에서 꺼린다"는 조심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신차가 나온 직후에는 좋지 않은 시승기가 나오면 여파가 크니까 한두 달 지난 뒤로 시승 기회를 돌린다는 얘기다. 요즘은 그것도 아예 없어져서 자신들의 신차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블로거들이 평가를 더 잘해낼 수도 있다. 생활 속에서 나온 관점이나 평가를 반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전에 메이커로부터 검열을 받고 시승기를 올리는 조건으로 작더라도 돈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군다나 다른 통로 없이 오직 블로거만 시승차를 받아서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특정 블로거는 특정 메이커의 시승기만 올리기로 한다면….
블로거 글을 미디어 글보다 신뢰하던 누리꾼들에게 이런 방법의 마케팅은 제대로 된 홍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는 제대로 된 비평을 해야 할 것이며 메이커는 그 비평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큼 국산 메이커들이 성장했다. 비평을 막고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막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디어 특성과 무관하게 시승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하고 거기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자동차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비평의 장이 열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
한 달 사이에 10여대씩 쏟아져 나오는 차를 모두 구입해 장거리 주행 테스트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사정은 여의치 않다. 자동차가 100만~200만원 하는 게 아니여서 그렇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산 완성차 회사나 수입차 업체들이 마련한 시승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차가 새로 출시되면 업체들은 대부분 시승차를 마련해 고르게 시승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부 국산 메이커의 신차는 타기 힘들게 됐다. 최근 A사가 내놓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데뷔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도로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운전석에 조차 앉아보지 못했다. 쿠페 스타일의 신차도 마찬가지.'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계약이 몇 천대에 달한다'는 등의 보도자료가 나오지만,실제로 타 볼 수 없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시승차가 아예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관련된 시승기가 꽤 올라온다. 주로 블로거들이 올린 내용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부 블로거들에게 시승 기회를 주고 좋게 기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방법은 각각의 메이커에서 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을 중시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는 없다. 하지만 그 창구를 하나로만 막아놓는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메이커 측에 시승차를 타기 힘들다고 토로했더니 "전문지나 일간 신문에서는 좋은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윗선에서 꺼린다"는 조심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신차가 나온 직후에는 좋지 않은 시승기가 나오면 여파가 크니까 한두 달 지난 뒤로 시승 기회를 돌린다는 얘기다. 요즘은 그것도 아예 없어져서 자신들의 신차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블로거들이 평가를 더 잘해낼 수도 있다. 생활 속에서 나온 관점이나 평가를 반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전에 메이커로부터 검열을 받고 시승기를 올리는 조건으로 작더라도 돈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군다나 다른 통로 없이 오직 블로거만 시승차를 받아서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특정 블로거는 특정 메이커의 시승기만 올리기로 한다면….
블로거 글을 미디어 글보다 신뢰하던 누리꾼들에게 이런 방법의 마케팅은 제대로 된 홍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는 제대로 된 비평을 해야 할 것이며 메이커는 그 비평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큼 국산 메이커들이 성장했다. 비평을 막고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막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디어 특성과 무관하게 시승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하고 거기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자동차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비평의 장이 열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