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에도 불구,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절차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이날 금호아시아나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산은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라고 해서 민간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이미 지난달 1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의 내용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대우건설의 매각을 비롯 계열사 및 자산매각 일정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재확인했다.

산은은 향후 사태의 진행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현재의 그룹구조를 유지하면서 계획된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다른 형제들의 동의를 얻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영권 다툼이 악화돼 법적 분쟁으로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우건설 매각 역시 시일이 촉박한 만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매각은 그룹 경영체제의 변화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미 체결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은 법적 효력과 함께 구속력을 갖는 것"이라며 "경영체제가 바뀌었다고 해서 재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채권단에서는 그러나 그룹 오너의 경영공백이 자칫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면서 매각절차가 지연되거나 자산가치의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제2금융권의 여신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심기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