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그것을 찬 사람,특히 남성의 취향과 경제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중 하나다.

시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남자들이 큰 맘 먹고 시계를 사려고 하면 밤하늘에 떠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시계 브랜드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갈팡질팡하기 일쑤다.이를 감안해 시계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는 각 부분별 톱 리스트를 정리해 봤다.




용두-크로노 스위스 타임 마스터

'크라운'이라고도 불리우는 용두는 시계의 작동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롤렉스의 전설적인 모델 오이스터는 1926년,이 용두 부분에 세계 최초로 방수 시스템을 적용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용두에 미적인 요소를 첨가하는데,크로노 스위스의 타임 마스터는 양파를 연상케 하는 외모를 자랑한다. 이렇게 용두가 커다란 이유는 사실 타임 마스터가 카 레이싱용 시계라서 장갑을 낀 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베젤-불가리 디아고노

시계 테두리 부분을 뜻하는 베젤은 꽤나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크로노그래프와 병행해 타키미터로 쓰일 땐 구간 평균 속도를 잴 수 있고,다이버용 시계의 베젤은 경과 시간을 측정할 수도 있다. 또 눈에 확 띄는 외관인 만큼 미적인 측면에서도 무척 중요한데,그 중에서도 불가리의 베젤은 무척이나 존재감이 뚜렷한 편이다. 1970년대 후반 '불가리-불가리' 모델부터 브랜드 명이 새겨진 베젤을 선보였는며 이는 불가리 시계의 상징적 특징이 되었다. 만약 자신이 찬 시계를 남들이 한눈에 알아봐주길 원한다면 불가리만큼 제격인 시계가 또 있을까.

문자판-브레게 투르비용 메시도르와 프랭크 뮬러 컬러 드림스

최초로 투르비용을 개발한 루이 브레게는 시계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하는 이름다. 투르비용이 장착돼 있다는 것은 곧 그 시계의 가격이 억원대를 넘어가는 초고가임을 의미한다. 물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는 그 이상이지만 말이다. 투르비용 메시도르는 내부의 장치가 훤히 보이는 스켈레톤 워치이다. 세계 최고 브랜드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브레게의 노하우가 집약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브레게의 투르비용이 클래식한 문자판의 대명사라면 프랭크 뮬러의 컬러 드림스는 톡톡 튀는 재미가 있다. 프랭크 뮬러는 새로운 시계를 디자인할 때 항상 시간을 알려주는 글자와 시계침을 먼저 상상한다고 말하고 있다. 프랭크 뮬러의 문자판은 래커칠을 최소한 6번 이상 씌우고 나서야 완성되는데,특히 컬러 드림스 라인은 고급 시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발랄함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밴드-엘리게이터 밴드

스틸 밴드를 차느냐,가죽 밴드를 차느냐는 철저히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달라진다. 가죽 밴드의 경우에는 악어가죽 밴드가 최상위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고급 브랜드에서는 악어가죽의 가장 좋은 부분인 배쪽 부위를 이용한다. 한 마리의 악어를 잡아봤자 고작 대여섯 개의 밴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악어의 배에서도 가운데 부위를 쓴 가죽 줄일수록 사각형 모양이 균일한 만큼 구입할 때 유의하면 좋다.

무브먼트-파텍 필립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무브먼트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파텍 필립이다. 파텍 필립은 1839년 키 없는 시계를 최초로 만들어 낸 아드리안 필립과 그 재능을 알아본 폴란드 망명 귀족 안토인 노베르트 드 파텍이 설립했다. 필립은 지금과 같은 용두를 발명한 인물이다. 파텍 필립은 많은 마니아들이 넘버원 브랜드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브랜드다. 자신들만의 무브먼트 기준을 세울 정도로 자존심이 센 이 브랜드를 찬다는 것은 결국 시계의 끝을 봤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첫 번째 시계-롤렉스 오이스터 · IWC 톱건

자신의 첫 번째 고급 기계식 시계로 삼을 만한 모델로 롤렉스의 오이스터 라인과 IWC의 톱건을 천거한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과 무난한 디자인 때문이다. 롤렉스에 관해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시계 마니아는 롤렉스를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롤렉스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난다. '롤렉스의 대중성과 위대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말이다. 오이스터는 롤렉스의 대표적인 모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계'라는 설문 조사를 한다면 IWC는 최상단에 위치할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IWC 톱건은 항공기 조종사들을 위한 모델인데 캐주얼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의 첫 번째 시계로 삼기에 적격이다. 그 밖에 기계식 시계에 입문할 수 있는 브랜드로는 태그호이어와 브라이틀링 정도를 들 수 있다.

아웃 오브 스위스-아 랑게 운트 조네와 그라함

물론 시계의 최고봉은 '메이드 인 스위스'임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스위스 시계들의 명성을 위협하는 고급 브랜드가 다수 존재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아 랑게 운트 조네(a.lange&sohne)'를 들 수 있다. 무브먼트 만큼은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오데마 피게와 같은 스위스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정상급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라함(Graham)은 이례적으로 영국 시계이다. 거대한 용두로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고의 용두 부분을 선정할 때 그라함과 크로노 스위스를 두고 장고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계들은 국내에 아직 정식 수입되지 않아 접하기 쉽지 않다.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패션 수석에디터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