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와 자유를 잃이우고/ 원수와 의로운 칼을 걸어/ 칼까지 꺾이니 몸을 던져/ 옥으로 부서진 순국열사.'(<추도가> 중 일부)

정지용 시인이 해방 후 쓴 시 한 편이 새로 발굴됐다. '추도가'란 제목의 이 시는 1946년 3월2일 '대동신문'에 실렸으며,기미독립선언기념 전국대회를 위해 쓴 것으로 행사용 가창곡의 가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해방 직후 시를 거의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도가>를 발굴해 문학 월간지 <문학사상> 8월호에 게재한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그 이유를 1949년 발표된 글 <산문>에서 찾았다. 정지용은 이 글에서 "정치와 문학을 절연시켜 순수예술이라는 것이 나온다면 정치적 영향에서 초탈한 예술이 있었던가를 제시하여 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건국투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시를 강조하고 있는 정지용 자신은 해방 후 시의 창작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지용이 말하고 있는 문화적 전위로서의 시란 설명만으로 가능할 뿐 실제로는 하나의 정치적 구호에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