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반기 투자 포인트] "성장동력 살려라" … 녹색ㆍ차세대사업 '투자 물줄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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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위축됐던 대기업들의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현대 · 기아자동차,LG,한화 등이 지난 보름여 동안 잇따라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다른 대기업들도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어 투자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사업과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기업들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 요구와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속도 등도 기업의 마음을 돌려놓은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기 투자처는 '그린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는 친환경 산업이다. 녹색경영의 성공 여부가 제품과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대신 신 · 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리 정부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 · 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데 이어 기후변화종합대책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녹색산업에 투자를 확대키로 한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 '녹색경영 선포식'을 갖고 2013년까지 총 5조4000억원을 투자,사업장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 제품의 에너지 효율은 40%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가스 처리시설 도입과 저효율 에너지 설비 교체 등에 2조3000억원,TV 냉장고 에어컨 등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 개발에 3조1000억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친환경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충전식 전지) 부문에 사업 파트너인 보쉬와 함께 5년간 5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삼성은 이 같은 흐름을 반박자 더 빠르게 올라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연비가 우수한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고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사업을 위해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국내외 환경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라
불황 이후를 노린 '신성장동력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세대 LCD 라인에 3조27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TV 메이커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 시설투자 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8세대 LCD 라인에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CD 관련 부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유리기판 생산시설을 만들기 위해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2018년까지 LCD 유리기판으로 2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한화도 연초 계획보다 2000억원 늘어난 1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증액된 예산은 신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SK도 올해 그룹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18% 늘린 1조3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R&D 중심 투자규모 확대
재계에서는 30대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가 당초 예측치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75조원 선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투자 및 고용창출 제3차 민관합동회의'에서 공개한 올해 30대 그룹의 예상투자액은 지난해보다 10.7% 줄어든 72조6732억원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예상 이상의 실적을 냈다"며 "실적이 좋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약속한 R&D(연구 · 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경련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R&D 투자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55.5%가 내년 R&D 투자를 올해보다 5% 이상 늘리겠다고 답했다. 10% 이상 늘리겠다는 답도 22.2%에 달했다. 정부는 최근 3~6% 수준이었던 R&D 세액공제율을 핵심원천기술 부문은 25%,신성장동력 부문은 20%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