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이 선재(線材) 사업부문의 분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냉연강판 등 판재류 부문에 비해 성장성이 낮은 사업부를 떼어내 회사 전체의 몸집을 가볍게 하자는 전략이다. 선재 부문에 특화된 투자를 통해 독자회생이 가능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선재는 열연강판을 가공,가늘게 뽑아낸 것으로 각종 와이어와 나사 볼트 못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21일 "선재 사업부문을 분리해 그룹 회장 직속 기구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최근 단행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선재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독자적인 회사로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은 분리된 선재 사업부문장에 이수일 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 전무 출신으로 동부제철의 마케팅 부문을 총괄해 왔다.

선재 사업부문은 그동안 동부제철의 '계륵'이었다. 회사의 모태가 된 사업부문이라는 상징성은 컸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설비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에 대한 안건은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열연강판 등 다른 사업부문의 투자가 더 절실했던 탓이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실상 독립사업체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동부제철이 아닌 그룹 회장 직속 기구인 만큼 독자적인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선재 사업부 내부적으로는 이번 '독립'을 기점으로 연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지속,5년 이내에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기존 사업부문과 연관성이 적다는 것도 선재 사업을 분리한 요인이다. 공장의 위치부터 동떨어져 있다. 주력 사업의 생산설비는 충남 당진과 인천에 몰려 있는 반면 선재 공장만 홀로 포항에 있다. 열연 · 냉연 강판 등 주력 제품과 시장도 다르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더구나 올 들어 회사의 모든 역량은 열연강판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 초 막대한 자금을 들인 당진의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가 완공됐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이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열연 사업부문을 반석에 올려 놓아야 한다. 선재 부문을 다독일 여력이 없다.

조직 구조도 이런 목표에 맞춰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냉연부문과 열연부문,경영지원실(CFO),전략지원실(CSO),인사혁신지원실(CIO) 등으로 세분화됐던 조직을 올초 마케팅 영업부문과 생산기술부문으로 통합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이 두 부문도 하나로 합쳐 한광희 사장의 '원톱 체제'로 개편했다.

일부에서는 주력 제품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선재 부문을 떼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사업구조로는 선재 부문에 대한 추가 투자가 쉽지 않았다"며 "회사 전반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