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공주가 남편을 피해 영국 남성과 불륜 관계를 갖다가 아이를 출산, 목숨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영국으로 망명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의 20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익명의 공주는 이슬람 국가의 전통인 '명예 살인'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을 요청했다.

명예 살인이란 순결을 잃거나 간통을 저지른 여성을 상대로 집안의 가족들이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돌을 던져 목숨을 잃게 하는 형벌이다.

이 공주는 영국 법원에 출석해 사우디로 돌아가게 되면 자신과 아이는 명예살해 방식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며 망명을 간청했다. 영국 법원은 공주가 처한 위협을 인정하고 공주의 요청을 승인해 난민의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 공주는 런던을 방문하던 길에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며, 이 남성의 아이를 갖게 된 뒤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는 남편을 피해 영국으로 도피했다.

이 보도와 관련, 영국 내무부와 런던 주재 사우디 대사관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 영국 외교관은 이 같은 사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우디 정부는 다시 한번 '명예 살인'이라는 악습에 따른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이며 영국 또한 최근 무기 수출 관련 비리로 틀어진 사우디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싶지 않아 진상을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보수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는 무슬림들의 엄격한 '샤리아 법'에 따라 지난 2007~2008년에만 최소 102명이 명예 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