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를 달기 전까지도 말씀하셨고,의식도 있는 상태입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장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얼굴)이 16일 새벽 호흡기를 달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것은 폐렴 증세에서 자주 발견되는 호흡부전증 때문이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호흡을 통한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감기 기운과 미열 등 폐렴 증세로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아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폐렴 증세가 악화될 경우 자주 발견되는 호흡부전증으로 호흡곤란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증세는 호흡기 부착만으로 쉽게 호전된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산소포화도가 86%까지 떨어졌지만 오전 3시께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이후로 산소포화도가 정상치에 가까운 90% 이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몸안의 산소량을 뜻하는 혈중 산소포화도는 정상치가 95% 이상으로,90% 아래로 내려가면 저산소혈증으로 호흡이 곤란해져 위급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병원 측은 김 전 대통령이 확실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안정제를 투여했다고 밝혔다. 또 호흡곤란 등 폐렴증세가 정상으로 돌아올 경우 호흡기를 떼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에게 부착된 호흡기는 치료용으로,연명용은 아니라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정신적 충격과 치아 치료 등으로 기력이 떨어진 뒤 한동안 건강을 회복했다가 폐렴 증세가 다시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과 9월에도 폐렴 증세로 입원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호흡기 부착 직전에도 의식이 있었으며 이희호 여사,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과 간단한 대화도 나눴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박 원장은 "호스로 코를 통해 유동식 식사를 공급하고 있어 영양상태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주치의인 장준 호흡기내과 교수팀을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24시간 면밀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여든을 넘긴 고령인 데다 그동안 장기간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박 원장은 "며칠간 치료를 해보고 경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