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공동 발굴한 22개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이다. 자신 있는 분야에 돈과 사람을 집중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매달렸다. 잘나갈수록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늘렸다.

이오테크닉스를 비롯한 코아로직 디지텍시스템스 유엔젤 엠케이전자 디에스엘시디 네오세미테크 에피밸리 등이 특히 그랬다. 뮤직폰 칩 등을 생산하는 팹리스(설계 · 판매 전문) 반도체 회사인 코아로직은 MP3 수준의 프리미엄 사운드를 내는 뮤직폰 칩 '골드'를 만들어 냈다. 기술 투자의 개가였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터치' 기능이 들어간 모든 제품의 솔루션을 책임 지고 있다. 유엔젤은 국내 최대의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로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본딩 와이어(bonding wire) 등 반도체 기초재료 시장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 분야에서,에피밸리는 셋톱박스와 케이블 모뎀 등의 방송 장비 및 무선 중계기 분야에서 각각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다.

이들이 이런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어려운 점이 인재 모시기였다. 첨단 기술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인재는 곧 재산이다. 그렇지만 정작 인재들은 중소기업인 이들을 외면했다. 유엔젤의 경우 연구 인력 1명을 뽑는 데 3~4개월이 걸릴 정도로 인재를 모시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엔젤 관계자는 "정부가 우수 인재 풀 제도를 만들어 등록된 개인 정보를 보고 면접을 치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인재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이들이 아무리 관련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라지만 투자액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투자금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게 부지기수다. 엠케이전자 관계자는 "가능성 있는 기술에는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의 상생도 기술집약형 히든 챔피언을 기르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이오테크닉스가 세계 최초로 LCD 레이저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초기에 삼성전자로부터 6억원을 지원받은 것이 큰힘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