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변화는 펀드투자로 '대박'을 노리던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자들도 장기 수익률을 목표로 한 펀드 투자 쪽으로 선회하는 추세여서 투자문화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현재 1년 연봉 계약직인 펀드매니저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주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선 팀원급 펀드매니저는 3년마다 고용계약을 체결해 이직률을 낮추는 동시에 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토록 할 계획이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지급해왔던 성과급도 연봉의 30%를 넘으면 이를 쪼개 2~3년에 걸쳐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근속하면 ETF(상장지수펀드)를 무상 지급하는 등의 포상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재민 대표가 새로 부임한 KB자산운용도 CEO(최고경영자) 임기를 3년으로 못 박고, 펀드매니저 평가도 3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 대표는 "그동안 매니저들이 단기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급급했던 이유는 운용사들이 단기 수익률로 매니저를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3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펀드의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평생직원제도를 통해 이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CEO와 CIO(최고투자책임자)의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1년,2년,3년간 수익률을 합산해 펀드매니저를 평가하고, 3년 이상 근무를 확약하면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장기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또 에셋플러스는 국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펀드 가입자가 3년 후 손실이 나면 운용 보수를 아예 안 받는 펀드 출시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깡통' 펀드가 속출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기 수익률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증시가 1400선까지 오르는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엔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2003년 11월에 나와 213%의 고수익을 내고 있는 '미래에셋드림타겟' 펀드에는 지난 4월부터 300억원 정도가 신규 유입됐고,2005년 설정 이후 118%의 수익을 낸 '신한BNPP탑스밸류'의 클래스별 2개 펀드도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펀드에 '배신'을 당했던 투자자들이 펀드와 직접주식투자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펀드의 목표수익률이 과거보다 다소 낮아지고 투자 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김재후/서정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