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들은 다음 달 중순까지 한 달여 동안 한 · EU FTA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뒤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산업별 지원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축산 · 낙농 농가에 대한 지원대책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검토 중이다. EU와의 FTA 타결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유럽산 돼지고기(냉동삼겹살),닭고기,치즈 등 낙농제품 수입이 늘면서 국내 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은 낙농제품의 생산기술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 34만t 가운데 EU산이 13만8000t에 달할 정도였다. 2007년 기준으로 EU산 냉동삼겹살 가격은 국내산 도매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FTA 영향을 분석해봐야겠지만 지원방식은 한 · 미 FTA 때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한 · 미 FTA 타결 직후인 2007년 6월 21조1000억원 규모(농업분야 20조4000억원,수산분야 7000억원)의 지원대책을 내놨다. FTA로 인해 폐업 등 직접적 피해를 입는 농가에는 '피해보전 직불금'을 주고 농어업 구조개선 및 도시자본의 농촌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집중 지원한다는 게 당시 대책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이번 한 · EU 후속대책에도 축산 · 낙농농가에 폐업 지원금이나 소득안정직불금을 주는 방안,기업형 축산농 육성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의 농산물 경쟁력이 미국에 못 미치는 데다 이미 한 · 미 FTA 보완대책이 마련돼 있는 만큼 중복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대책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정부는 축산 · 낙농 농가와 더불어 EU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국내 기계류 및 부품 · 소재 중소기업 지원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FTA 타결로 피해를 보는 중소 부품업체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각종 융자,컨설팅,수출정보 등을 제공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